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Av. 9 de Julio - Buenos Aires, Argentina (2015. 12. 27) 호젓한 일요일 아침 산책에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다. 여름이 한창인 이 곳은 겨울의 연말연시에 익숙한 우리에게 신선했고 왠지 더 설레었던 것 같다. 아직까지는 걷기에 무덥지 않기도 했고. Plaza de Mayo에서 벗어나 서쪽으로 Av. 9 de Julio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무그늘이 거리에 드리워져있었고 아침 장사를 시작하시려는 분들이 부지런하게 가게 앞을 물청소하고 계셔서 시원한 느낌이 보도블럭의 열기 대신 발바닥에 전해졌다. 유럽의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이고 또한 자신들은 유럽인들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아르헨티나인들이 건설한 수도 한 가운데를 걸어서 그런지 길거리의 느낌은 유럽의 그 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마주친 Cafe Tortoni. 150년 전통의 카페로 부에.. 더보기
Plaza de Mayo - Buenos Aires, Argentinga (2015. 12. 27) 모레노 빙하를 구경하고 El calafate에서 El chalten으로 이동하여 그 유명한 Fitz Roy를 구경하려고 하였으나 갑자기 안 좋아진 날씨에 호텔에서만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동안의 강행군에 알게 모르게 지쳐버렸는지 별로 아쉬움 없이 1박 2일을 호텔에서 내리 자버렸다. 아직 여행은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고 체력은 중요하니깐.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물론 Fitz Roy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애써 잊지는 못하고 가끔 그 멋진 산봉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나마 아니면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의 상표에서 그 모습을 떠올리긴하지만, 잘 쉬었고 잘 한 결정이었다고 아내와 이야기한다. 그렇게 2015년의 크리스마스를 재충천하며 보내고 다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 번.. 더보기
Perito Moreno 2: Minitrekking - Los Glaciares national park, Argentina (2015. 12. 24) 오후에는 빙하트레킹을 했다. 빙하트레킹은 짧은 미니트레킹 (1시간 정도)와 Big ice라는 긴 트레킹 (3시간 정도)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해서 짧은 것을 선택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얼음 위를 걷는게 뭐가 재미있을까 별로 궁금하지 않아서 굳이 하지 않았는데 여기저기 다녀보니 이 것도 새로운 경험인 것 같아 이번에는 과감히 신청했다. 보통 하루 3회 출발하는데 이날은 크리스마스라 2회 밖에 없었고 우리가 마지막 트레킹 일정이었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 잠시 휴게소 같은데 모여있었더니 가이드가 나타나 3조로 나누어서 한 조씩 출발시켰다. 당연히 바로 빙하 위로 걸어올라는 건 아니고 등산화 체인을 하나씩 나누어주고 일일이 채워주었다. 평지에서 걸을 때 체인의 무게가 제법 느껴.. 더보기
Perito Moreno 1 - Los Glaciares national park, Argentina (2015. 12. 24) 12월 23일은 온전히 이동에 썼다. 정말 남미 넓더라. Torres del Paine에서 4시 반 정도 출발해서 다시 아르헨티나 El calafate로 도착하니 어느 새 밤이었고 저녁식사 하는 곳도 찾기 힘들었다. 간단하게 펍에서 밥 챙겨먹고 카메라 사진들 정리하니 어느 새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다시 새벽같이 일어나서 El calafate로 돌아온 이유, Perito Moreno로 출발했다. 호텔이 미리 부탁해놓은 아침 식사를 챙기고 호텔마다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작은 버스를 타고 시외곽에서 다시 큰 버스로 갈아탔다. 날도 흐렸고 다들 잠들이 덜 깼는지 버스 안은 뭔가 뿌연 습기가 가득한 것 같았다.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버스를 타고 가니 어느 새.. 더보기
W trail (day 4) 10: 완료 - Torres del Paine, Chile (2015. 12. 22) 우리보다 일찍 출발했던 분들은 이미 도착해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We did it." 정말 이 곳에 오기 위해서 3박 4일 동안 그렇게 걸었던 것 아니겠는가? 다행히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날씨가 괜찮아서 삼봉의 모습을 온전하게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곳에 도착하면 벅찬 감정이 밀려올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오기 직전이 너무 힘들어서 그렇진 않더라. 그래도 잠시 자리를 잡고 앉아서 날씨가 허락할 때 까지 망중한을 즐겼다. 이 삼봉에만 오르기 위해서 이 국립 공원에 오는 분들도 많지만 우리 주변의 많은 분들은 우리와 같이 하이킹한 분들 아니면 오늘 부터 본격적으로 하이킹 시작하려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았다. 아마도 지금까지 걸어 왔던 것들을 되돌아 보거나 아니면 앞으로 다가 올 것들은 상상하며 이 곳에 .. 더보기
W trail (day 4) 9: Torres del Paine - Torres del Paine, Chile (2015. 12. 22) 드디어 이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인 Torres del Paine 삼봉에 올라가는 날이다. 어제 잘 쉬기도 하고 또 가방도 찾아서 아침에 홀가분 할 줄 알았는데 그 동안의 피로가 꽤나 쌓였는지 침대 밖을 나가기 싫었다. 때마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것 같기도 해서 오늘 하루 더 쉬고 내일 올라갈까 잠시 마음먹었다가 같이 트레일하시는 분들이 하나 둘 출발하시기에 우리도 길을 나섰다. 기껏해야 찾은 가방은 대피소에 두고 그 동안 들고 다니던 배낭만 지고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을 걷기 시작했다. 때마침 Las Torres Hotel에서 한 무리의 관광객분들이 하이킹을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계셨는데 그 속에서 우리가 이 곳까지 오기로 결심하게 만든 아내의 동료분도 만나 간단히 환담을 나누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아는 .. 더보기
W trail (day 3) 8: Los Cuernos ~ Las Torres - Torres del Paine, Chile (2015. 12. 21) 가급적 블로그에 내 사진은 안 올리는데 이 사진은 참 우리가 어떻게 하이킹을 했는지 잘 보여주는 사진이라서 올린다. 저 빨간 배낭과 노란 방수 가방이 우리가 가진 전부였다. 그리고 저 물통 중 하나에는 와인이 담겨있다. 그러고 보면 참 인생사는데 그렇게 많이 필요없구나 검소한 삶을 깨우쳐주는 듯 하기도 하고. 어제는 11km 정도 걸었는데 오늘은 단 4km만 걸으면 된다. 원래는 Las Torres가 아닌 Torres 삼봉까지 올라가든지 아니면 Torres 삼봉에 가장 가까운 Chileno 대피소까지 가야하는데 우리는 잃어버렸던 짐을 Las Torres에서 찾기로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전진하지 않기로 했다. 고로 오늘은 여유가 있어서 떠나는 사람들 다 환송하고 화이팅도 넣어주고 느지막하게 출발했다. 어제.. 더보기
W trail (day 2) 7: Camp Italiano ~ Los Cuernos - Torres del Paine, Chile (2015. 12. 20) 다시 걷기 전에 잠시 발을 찬물에 담갔다. 사람들은 이미 Paine Grande로 또는 Los Cuernos로 떠났는지 주변에 물흐르는 소리가 가득했다. 문득 이렇게 주저 앉아 쉬고 싶기도 했다. 역시 W trail에서 가장 힘든 날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가방을 (비록 남들 보다는 훨씬 가벼운 가방이었지만) 다시 져야한다는 사실이 더더욱 힘들게 했다. 만약에 텐트를 들고 W trail을 한다면 Refugion Cuernos보다는 별로 좋지 않은 시설에도 불구하고 Camp Italiano에서 밤을 보냈을 것 같다. 그래도 툴툴 털고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눈 앞에 펼쳐졌던 봉우리들이 어느 새 다시 저만치 떨어져 다시 올려다 보았다. 여전히 그 자리에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다. Cuernos 주봉들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