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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Croatia (2013)

Plitvice lake national park 4: Kozjak - Plitvice lake, Croatia (2013. 6. 9)

호수를 끼고 또는 건너다니며 이어지는 하이킹 코스가 제법 길어 다리가 조금 뻐근해질 때 쯤 Upper lakes로 가는 유람선을 운행하는 Kozjak에 다다랐다. 이 호수에는 경관에 취한 방문객들이 잠시 현실의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도록 간단한 식당과 매점이 설치되어 있었고 기념품 가게 역시 우리의 발길을 잠시 붙잡았다. 우리는 푸르른 물빛이 그득 차 딱히 허기가 느껴지지 않아 아이스크림을 하나 입에 물고 유람선으로 향했다. 물론 걷는 것을 좋아한다면 이 큰 호수 역시 걸어서 넘어갈 수도 있지만 호수 위에서 불어오는 옥빛 바람을 얼굴에 맞아보고 싶기도 했고 솔직히 힘이 들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유람선이 무료 (엄연히 말하면 입장료에 포함) 되어 있어서 망설이지 않고 올라탔다. 유랍선도 정해진 출항시간이 있다기 보다 수시로 왕복해서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배위에서 맞는 바람은 역시나 신선했고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심지어 주변에서 제 흥에 못이긴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리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10분 남짓의 시간이었지만 잠시 몸도 마음도 쉴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Lower lakes 과 Upper lakes 딱 중간에 이렇게 탐방객들의 다리를 쉬게 해 줄 수 있는 유람선을 만든 건 정말 신의 한 수. 이 곳까지 오는 동안 봤던 풍경에는 경탄만 하기에도 부족했는데 이 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조금 더 깊게 느끼고 조금 더 바라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래 저기에도 폭포가 있네 여기도 물빛이 참 아름답구나 저기 보이는 나무는 이상하구나 이렇게 굳이 말로 설명하기에는 유치할지 모르겠으나 감동의 세밀함을 꼼꼼하게 채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Upper lakes. 아무래도 상류다 보니 호수는 크지 않으나 작은 폭포조차도 힘이 느껴지고 숲은 더 우거졌다. 나무의 푸르른 빛이 아직 호수를 물들이지 못하고 나 아직 죽지 않았다고 시위하는 듯 했다. 일종의 원시림 형태를 띄고 있는 이 Upper lake은 뭔가 본연의 모습을 거칠게 그리고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