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물빛 또는 Turquoise 물빛. 저 호수 바닥 속에 왠지 보물이 묻혀있을 것 같다. 석회질 침전물이 호수에 물감을 푼 것 처럼 호수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데 이 모든 것이 고등학교 때 그렇게 닳고 닳도록 외웠던 탄산칼슘이 녹고 다시 굳는 과정 덕분이라고 한다. 원래 하나의 강줄기였던 이 곳이 바닥은 녹고 침전물이 그 가장자리에는 그 침전물이 다시 굳어 이 호수가 만들어졌다고. 우리나라도 사실 이런 석회 동굴같은 석회지형이 많이 있기는 한데 이런 호수는 딱히 머리에 떠오르지 않네.
호수 옆으로 잘 조성된 등산로로 계속 올라갔다. 다짜고차 새멘트로 포장을 한 게 아니고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형성된 등산로도 아니고 나무 판자를 조금은 얼기 설기 엮어놓은 등산로가 정말 보기 좋았다. 발도 편하고 등산로 주변의 동식물이 상하는 것도 최소화하고. 한국의 국립공원도 요즘은 이렇게 나무 판자로 등산로를 잘 매조지어 놓는 것 같은데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10년 전에 속리산을 등산할 일이 있었는데 그 때 한창 등산로를 나무 판자로 까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아무래도 산에 더군다나 국가가 관리하는 산에 중장비가 들어갈 수가 없으니 근로자분들이 일일이 지게에 그 무거운 나무 판자들을 싣고 올라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런 분들의 노고가 있었으니 우리가 이렇게 즐겁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등산로 주변에 석회동굴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으나 종유석이나 석순 석주와 같은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긴 대신에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들이 이렇게 밖에 나와있으니 딱히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렇게 호수들이 계단식으로 계속 이루어져있다. 잠시 Cascade라는 단어가 머리 속에 스쳐지나 갔다 (아무래도 Biological signaling cascade에 관한 연구를 하다보니). 저 계단 부분이 석회물질들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부분이라고 하는데 마치 작은 폭포가 얇은 커튼을 치듯이 이 곳을 두르고 있다.
문득 바라 본 물속에 언제 묻혔을지 상상하지도 못할 나뭇가지에 또 세월이 켜켜이 쌓여 뭔가 해저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박테리아와 녹조 그리고 이끼들이 석회 침전물과 함께 어우러져 이렇게 기이한 모습으로 남아있는데 그 곁을 무심하게 물고기들이 헤엄쳐지나간다. 보통 호수가라면 한 번 손을 담가보고 싶을 법도 한데 여기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마치 아이슬란드의 간헐천에서 왠지 모를 포스를 느꼈을 때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러고 보니 물색깔도 비슷하네.
여기도 역시나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