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per lakes는 숲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해는 중천에 떠서 한창 더워지고 있었을테지만 몸도 마음도 상쾌하여 계속 걸어갔다. 잊을만하면 어딘가가 촉촉한 해졌고 그럼 어김없이 폭포가 나타났다. 각각의 폭포와 각각의 호수가 다 이름을 가지고 있고 또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써 주는게 예의일 것 같지만 그러기가 참 쉽지 않다. 사실 Upper lakes에서는 폭포 사진 찍기도 물방울이 생각보다 많이 튀어서 카메라 꺼내기 조차 조심스러웠다. 대신 부서지는 물방울 사이로 다시 부서지는 햇빛이 만들어내는 모습을 부지런히 눈에 그리고 마음에 담았다.
역시나 에레랄드 빛 물 빛. 분수대에 던져 놓은 구리 동전들이 바꾸어 놓은 것과 같은 물색이 역시나 신기하여 바라보면 바닥이 훤희 드러다보이고 동전대신 언제 쓰러졌을지 모를 나무들에 켜켜히 쌓이 이끼와 침전물들이 참으로 비현실적이다 못해 심해에 들어간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다시 크고 작은 호수 그리고 그들을 잇는 폭포의 연속
그리고 역시 이름 모를 꽃들.
드디어 우리의 마지막 호수 Proscansko에 다다랐다. 배를 타고 건너온 Kozjak이 이 공원에서 가장 큰 호수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마지막이라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건너가 보지 않은 호수라서 인지 바다 같이 느껴진다. 이 공원이야기하면서 정말 물 빛 이야기를 수도 없이 하는 것 같은데 그만큼 인상적이다. 예전에 그림을 그릴 때 바다색을 내기 위해서 아무리 이 색 저 색 섞어보아도 그 색이 안나와 어린 마음에 실망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나의 느낌이 왠지 그 때 느낌인 것 같다. 에메랄드 빛, 옥빛, Turquious 뭐 등등 다양한 단어를 썼던 것 같은데 사실 다 마음에 썩 드는 단어들은 아니다. 오히려 굳이 묘사하지 않고 신기하다라고 하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