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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Peru (2009-2010)

Chivay hot spring - Chivay, Peru (2010,1,1)



Chivay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온천이 있어서 하루동안에 나도 모르게 쌓였던 여독을 풀 수가 있었다. 이 지역이 화산 지역이라 노천온천이 이 곳 저 곳 잘 발달 되었고 잘만하면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온몸의 긴장을 풀 수 있다고 몇몇 여행 책자에서는 기대감을 한 껏 부풀게 하였지만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와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에 온천물이 조금 식어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시설 좋은 노천 온천처럼 시설이 좋다거나 관리가 잘 되있는 것을 상상했던 터라, 미처 걸러지지 못한 진흙으로 누런 물빛과 그 위에 둥둥 떠다니는 이물질 등등이 살짝 실망스럽게 다가 오기도 했다.

대신에 온천물이 직접 쏟아져 들어오는 수원지 근처에서 등을 붙이고 있으니 등이 발갛게 익어 올라 나의 인내를 시험하기를 반복하였다. 하지만 덕분에 살짝 내 몸에 맞지 않는 버스 좌석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온몸 이곳 저곳이 아이스크림 녹듯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더불어 숙소 때문에 상처받은 마음도 조금씩 아물어가기도 했다. 가벼워진 몸과 마음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이방인이라는 느낌은 우리를 어린 시절 동네 풀장에서 물장구치던 그 때로 돌아가게 했다.

새해 첫날 나는 내 인생에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물리적으로 가장 높은 곳에서 나는 아쉽게도 내 인생의 최고 전성기를 위해 어떻게 계속 달릴 수 있을까를 고산병과 멀리때문에 미처 고민하지 못했다. 새해 첫날 나는 온천에서 몸을 닦으면서, 한 해를 잘 보내야지 다짐할 수도 있었겠지만 물장난에 정신이 팔려 그러지도 못했다. 하지만 올해 새해 첫날 나는 새해를 즐겁게 웃으면서 시작했는데...... 과연 지금 하루하루는 웃으면서 보내고 있는지 돌이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