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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Korea (2014)

제주도 (2014. 10. 5 - 10. 9)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후회가 "난 왜 대학생 때 더 많이 놀지 못했을까?" 였다. 가만히 앉아서 논문을 읽거나 실험을 하고 있다보면 시험기간에 교과서에 수업자료에 파묻혀 보냈던 시간들만 생각이 났었다. 5년전에도 이랬고 지금도 이러고 있으며 왠지 5년 후에도 이럴 것 같아서 괜히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번에 한국에 가서 친구를 만나서 이 것 저 것 이야기를 하다가 네 덕분에 대학생 때 진짜 여행도 많이 하고 영화도 많이 봐서 정말 즐거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 처음 올라와서 여기 저기 신나게 놀러다녔던, 그러면서 쌓였던 수많은 추억들을 같이 곱씹다 보니, '아 정말 즐거운 대학 생활을 했구나.' 깨닫게 되었다. 새벽 기차를 타고 내려갔던 광주 그리고 땅끝 마을, 제대하고 팔팔했을 때 달리다 퍼져 버렸던 설악산 등반, 3박 4일을 2박 3일에 해치워 버렸던 지리산 종주 등등등. 당연하게도 지금 당장 피곤하고 힘든 시간도 있지만 나름대로 대학원 생활동안 여행도 많이 다니고 즐겁게 지내온 시간들이 스쳐갔고 또 당연하게도 앞으로의 5년 후에도 당장은 불확실하지만 즐거울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냈으며 괜찮은 대학원 생활을 보냈으며 앞으로 멋질 것이라는 기대. 이를 깨닫게 해준 친구가 새삼 고마워졌다.  

거의 10년 전에 군대 제대한 친구들이랑 겨울에 제주도를 다녀왔었다. 혈기는 넘치지만 뭔가 어설펐던 그 때 사진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보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제대로 여행기를 쓰고 싶어져서 이번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좀 끄적여보려고 한다. 사진속의 친구들은 다 자신의 가정을 꾸렸고, 나도 역시 이번에는 친구가 아닌 아내와 훨씬 제대로 제주도를 돌아보았지만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이 때의 추억이 나의, 그리고 우리의 즐거웠던 젊은 대학 시절을 증명해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면 기억도 잘 나지 않은 런던 이야기는 접어두고, 간단하게 그리고 간만에 한국이야기를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