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여행하면 계획하는 재미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여행지가 정해지면 여행가이드를 한 권 사서 (대부분 Lonely planet) 가기전에 제법 책이 닳토록 읽으면서 계획을 짜는데 이번에는 한국이기도 하고 나름 직장도 옮긴터라 별다른 준비없이 한국에 들어갔다. 하지만 막상 여행 날짜가 다가오니 뭔가 두렵기도 하고 해서 급하게 책을 샀으니 바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제주도." 굳이 대학교 때 땅끝마을 해남 남도를 찾아가 볼 정도로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유홍준씨 생각하면 괜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해서 샀는데, 문제는 꼼꼼이 읽어 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책에서 굳이 한 곳을 찍어서 가보기로 했으니 그 곳이 바로 다랑쉬 오름이었다.
4시에 제주 공항에 내리자마자 차를 빌려서 해가 떨어지기 전에 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제주도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크지 않고 (아마 예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였겠지만) 도로도 잘 되어있어서 과감하게 출발하였다. 네비게이션에 뭐라고 입력할까 살짝 고민도 했지만 '다랑쉬오름'이라고 잘 입력이 되어 있었다. (혹시 걱정되신다면 월랑봉도 같은 곳이다.) 길도 좁긴 했지만 잘 닦여있고 근처에서는 표지판도 제법 괜찮게 되어서 해 지기전에 도착, 오르기 시작하였다.
다랑쉬오름은 제주의 수많은 기생화산 중에 하나로 믿거나 말거나 제주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린다고 하는데 (용눈이 오름이 제주 오름의 왕이라고 불린다고) 주변에 연결된 산이 있는 것이 아닌 밥 공기를 뒤집어 놓은 듯한 형상이라, 처음 올라가기 시작할 때는 가쁜 숨을 몰아쉬게 되었다. 하지만 잠시 허리를 피고 돌아설 때마다 애기다랑쉬 오름이 하트 모양의 정수리를 보여줘서 지겹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30분 남짓 짧다면 짧은 등산 후에 바라보는 제주 동쪽의 풍경은 멀지만 선명하게 보이는 성산 일출봉을 정점으로 하여 상쾌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