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다 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해 뜬후 한 3시간 그리고 해 지기전 한 3시간이 여행다니기 참 좋은 것 같다. 햇살도 조금 덜 따갑고 시시각각 햇빛이 풍경을 다르게 채색해 돌아보는 순간마다 새로운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고나 할까? 문제는 시간 맞추기가 참 쉽지 않다는 점인데 다랑쉬오름에 올라서는 왠지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이었다. 내려갈 때 어두워질 것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고 분화구를 따라 한 바퀴를 거닐었다. 밑에서 올려다 볼 때는 우습게 봤는데 여왕답게 제법 큰 분화구였다.
처음에는 성산일출봉이 있는 동쪽을 향하다가, 남쪽을 향하니 분명 거대할 풍력발전기가 나무젓가락이 돌아가는 것 마냥 서있었다. 그리고 어설프게 다가온 가을 빛깔이 푸르름을 군데군데 덮어서 누비 이불을 펼쳐놓은 것 같았다. 그 외에 여기 저기 솟아난 이름 모를 오름들은 눈을 심심하지 않게 해주었다. 그리고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한라산이 있어야하는데.......눈이 부셔서 마치 영험한 한라산은 이제 막 입도한 외부인에게 쉽게 보여줄 수 없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부서지는 햇살 사이로 보이는 제주도 영산의 모습은 앞으로 제주도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였다.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예전에 제주도 가을하면 갈대가 유명하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정말로 멋진 풍경이 었다. 세찬바람에 몸을 웅크리다가도 바람에 흔들이는 저 갈대의 풍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 추위에 곱아진 손을 펴가면서 셔터를 눌렀다. 그 위에 하얀 갈대를 노랗게 그리고 점차 붉게 물들여가는 시간의 마술에 감사하며.
다행히 완전히 해가 지기전에 내려올 수 있었고 정말로 오랜만에 시간맟춰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었다. 이렇게 우리는 제주도의 첫날을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