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sco

12-sided stone - Cusco, Peru (2010, 1, 3) 잉카 석조기술의 백미라는 12-sided stone. 정말 12각이다. 잉카시대의 벽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벽돌처럼 정형화된 직육면체형태로 돌을 깎아서 쌓은 형태와 나머지는 12각돌처럼 돌하나하나 다른 모양으로 깎아 끼워맞춘 형태라고 한다. 전자는 미적인 측면이 부각될 필요가 있는 신성한 건물들에 주로 사용되었고 후자는 강한 지질활동에도 견딜 수 있도록 지어진 건물들에 더욱 선호되어왔다고 한다. 획일적인 모양보다는 제멋대로 인 개개인을 잘 묶어 다양성을 유지해 주는 것이 좀 더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고대 잉카인들은 건축에 믿거나 말거나 적용했나 보다. 개인적으로는 제멋대로인 생긴돌들이 톱니바퀴 끼어맞추든 쌓여져있는 모습이 훨씬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말이.. 더보기
Cicciolina - Cusco, Peru (2010, 1, 3)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새하얀 벽들이 마주하고 있는 거리. 식민지 시대 주거지의 특징인지는 몰라도 상대적으로 작은 창문들이 인상적이었다. 하긴 어차피 문을 열어봤자 남미의 습기와 열기뿐이니, 그리고 눈을 시원하게 하는 멋진 산 또는 바다의 푸르름이 아니라 또다른 이웃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을 테니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으리라. 하지만 어두컴컴한 터널과 같은 입구를 통과하면 보이는 건물 안은 집 주인이 직접 꾸민 그들만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수도의 역할을 했을 우물을 중심으로 펼쳐놓은 분재와 방문객들의 눈을 끄는 예술작품들은 요기를 위해 들어왔던 식당 Cicciolina를 훨씬 매력적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Cusco의 붉은색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이곳저곳에 보이는 파란색은 신선.. 더보기
Cusco 거리 - Cusco, Peru (2010, 1, 3) 어릴적 숨바꼭질을 하면서 누볐던 골목길. 언덕 위 학교 근처의 달동네에서 출발하여 시내버스가 다다르는 신작로까지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막다른 골목을 피해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술래를 식은 땀으로 서늘한 등 뒤에 두면 한달음에 뛰었내려갔던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날 만큼 그 달동네 그 골목길의 잔상이 눈 앞에 아스라이 그려졌다. 하지만 이 곳의 골목길은 철없는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자동차들 역시 공유하는 지라 시멘트로 우둘투둘하게 덕지덕지 발라놓거나 유통기한이 1년 정도에 불과한 보도블럭으로 온전히 덮여져있던 내 머리속의 골목길과는 달리 사람을 위한, 불규칙적한 높이의 계단과, 자동차를 위한, 규칙적인 배열의 돌로 덮인 도로가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막다른 골목을 피해 한창 뛰던 소년을 깜짝 놀.. 더보기
Sacsayhuaman 5 - Cusco, Peru (2010, 1, 3) 쿠스코 시내로 내려가는 길. 택시를 타고 휙하니 단숨에 올라와서 인지 구름 너머 저 먼 신성한 곳으로 올라온다는 느낌을 전혀 느끼지 못하다가 제법 숨차오르는 얼굴을 하며 밑에서 걸어올라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범인들이 쉬이 뒷동산 마실나오듯이 올라오는 곳은 아니었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탁트인 공간을 벗어나 복잡한 세속으로 빨려들어가듯이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점점 내 시야를 압박해오는 복잡미묘한 골목길의 모습이 그리고 그 속에서 이방인에게 주전부리를 파는 어른들의 모습이 그리고 그 좁은 길을 기어이 비집고 들어오는 티코의 모습이 그리고 또 그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거대하여 고요한 Sacsayhuaman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쿠스코 시내에 대한 나의 기대를 고지.. 더보기
Sacsayhuaman 4 - Cusco, Peru (2010, 1, 3) 건너편에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는 무지개 바위. 인위적으로 쌓아놓은 바위들의 배열과 날카롭게 대비되는 곡선의 모습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땅의 힘에 의해 켜켜히 쌓여 새겨진 줄무니와 뒤틀린 모습이 "너희들이 아무리 돌을 잘 깎고 잘 쌓아도 내가 한 번 용쓰면 별거아니야."라고 역설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온몸으로 발산하는 경외감으로 쉽게 다녀가지 못할 것 같다가도 부드러운 곡면은 "그래 다 나에게 와라, 내가 다 보듬어 주리라."라고 말하며 어린아이들의 미끄럼틀이 되어주고 있었다.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탄 미끄럼틀은 예상외의 짜릿함을 안겨다 주었다. 더보기
Sacsayhuaman 3 - Cusco, Peru (2010, 1, 3) 하지 때 태양이 떠오르는 방향을 향한다는 태양의 문을 통해 비를 상징한다는 2층으로 올라가면 다시 또다른 바위들의 나열이 펼쳐진다. 아무래도 기본 토대가 되는 맨 아랫단의 돌보다는 하나하나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또 부드럽게 다듬어져 단단한 돌들이 마치 솜사탕처럼 폭신폭신하게 느껴졌다. 잉카의 석재술이야 귀가 아프도록 들어왔지만 이렇게 와서 직접보니 대단하다는 말을 안할 수가 없었다. 요즘이라면 각각의 돌은 같은 모양 같은 크기로 똑같이 자르고 다듬어 쌓았을 텐데, 이 곳의 돌들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듯 하나하나 제 각기의 모양으로 다듬어져 끼워맞춰져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모양들이 톱니처럼 맞물려서 기나긴 세월 풍파를 견뎌내는 힘이 되었으리라.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은 거대한 돌들을 배경으로 나는 무.. 더보기
Sacsayhuaman 2 - Cusco, Peru (2010, 1, 3) 퓨마의 모습을 본 따서 설계되었다는 Cusco, 그리고 그 퓨마의 머리 부분에 이 Sacsayhuaman 자리 잡고 있다. 페루의 서부해안 쪽으로 그 영토를 꾸준히 확장했던, 퓨마 머리에 얹어 놓은 단단한 돌무더에 의지하여 앞으로 맹렬히 달려나가는 야수의 모습을 그려보려고 하였으나 아이들이 뛰놀고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그런 공격성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최전방에서 천하를 아우르던 장년의 장군이 산전수전을 다 겪고 후방으로 물러나 가끔 흰 수염을 쓸어가면서 전투라는 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면서 등을 두들겨 주는 노장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고나 할까? 번개를 상징한다는 지그재그 모양의 맨 아랫열 배열은 강열한 첫인상을 주었다. 각 모서리 부분에 거대한 돌을 세우고 그 돌들을 중심으로 상대.. 더보기
Sacsayhuaman 1 - Cusco, Peru (2010, 1, 3) 이름 모를 거대한 돌들의 정렬. Cusco를 지키기 위해 침략자들에게 맞섰던 잉카인들의 최후의 보루 하지만 잉카인들의 피로 물들었던, 성공하지 못했던 저항의 흔적, Sacsayhuaman. 지금은 푸른 잔디밭 위에 철없는 아이들이 뛰어 놀고 Sexy woman과 발음이 유사한 이름이 불러오는 호기심을 가진 전세계 여행자들이 이 곳 저 곳 둘러보는 곳이지만 아직 이 곳이 어느 정도 거대한 곳이 었는지 어떤 의미를 지닌 곳이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곳. 식민지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셀 수 없는 석재들이 이 곳에서 도시로 날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이 거대한 유적지에서 이 넓은 들판이 원주민들의 피로 그득했다는 그 슬픈 역사를 그리며, 더불어 그들을 기리기 위해 매해 6월 행해진다는 태양의 축제를 상상하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