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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Croatia (2013)

Trogir 2: The Cathedral of St.Lawrence - Trogir, Croatia (2013. 6. 10)


이리 저리 좁은 길을 미로 헤쳐나가 듯 걷다보면 갑자기 공간이 넓어지고 그리고 멋진 성당이 눈 앞을 가로 막는다. The cathedral of St. Lawrence. 장장 7세기에 걸쳐져 지어진 덕택에 이 지역을 휩쓸었던 다양한 문화 사조의 영향을 찾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건축 미술사에는 까막눈이라 내가 느낀 건 작은 도시에 어울리지 않게 화려하고 멋진 성당이라는 것? 일단 첨탑 위에 올라가보기로 하고 25 Kuna 입장료를 내었다. 그렇게 올라가려는데 추락으로 인한 사고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경고문이 왠지 섬뜩했고 그 섬뜩함은 곧 실제로 다가왔다. 딱히 높지도 않는데 돌을 다듬어 만든 계단들은 미끄러웠고 난간은 덜컹거렸으며 올라가서 바라본 바닥은 정말 까마득해 보였다. 

그렇게 덜덜 떨며서 올라간 종탑에서 바라본 풍경은 사진의 네모틀로는 설명할 수 보여줄 수 없는 시원함이 있었다. 푸른 아드리아 해를 바라보며 눈 앞에 그리고 발 밑에 펼쳐진 붉은 지붕들. 이 붉은색과 푸른색의 충돌은 눈을 알싸하게 만들어 주었고 마치 눈으로 색깔있는 박하사탕을 삼키는 것 같았다. 성 안에 갇혀있던 붉은 점들이 세월이 지나 성을 벗어나 점점 더 바다로 또는 육지 쪽 산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는데 신시가지 역시 붉은 지붕을 고수한다는게 인상 깊었다. 자신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자들에 의해 달동네가 퍼져나가는 걸 상상했는데.....왠지 느낌은 가난한 자들은 여전히 성 안에 보금자리를 지키고 가진 자들은 넓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올라 올 때도 후덜덜 했는데 내려가는 건 더욱 더 후덜덜 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올라오는 그리고 내려가는 다른 사람들도 마치 예전부터 사족보행을 한 것인 마냥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을 보니 괜히 안심이 되긴 했다. 문득 겨우 난간을 붙잡고 있는데 종이 갑자기 울리면 어떻하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 곳이 Trogir의 대표 관광지라 이 주변으로 자잘한 박물관도 있고 관광안내소도 있었다. 더불어 유고 내전 시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건물들의, 때로는 강렬한 태양을 받아서 더욱더 붉어지고 한 때는 포탄을 맞아 구멍이 나 교체되기도 하고 지금은 빨래를 널 수 있도록 줄을 걸어두며 혹자는 사진 찍기에 바쁜 이 붉은 지붕들의 잔상이 여전히 남아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였단다. 근데 공지 받기전 어쩌면 운 좋게도 아기자기한 여러 내부 장식들을 사진으로 남겨둘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