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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Croatia (2013)

Diocletian's palace 1 - Split, Croatia (2013. 6. 10)

Split는 크로아티아의 제2의 도시 답게 도시 다운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아직 공산국가의 삭막함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듯한 잿빛의 도심과 여기저기 어지러이 휘갈겨써진 왠지 강한 메세지를 담았을 것 같은 낙서들이 어색하게 다가왔지만 역시 해변가 그리고 구 도심이었을 Diocletian's palace에 다가가니 여느 휴양지 못지 않은 활기가 그런 어색함을 다시 밀어내었다. 계획했던 것 보다 Zadar와 Trogir에서 시간을 더 보내서 여전히 빠듯했지만 대신에 햇빛이 가장 보기 좋게 걸려있는 시간에 궁전 동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역사적인 "궁전"이지만,  역시나 일상생활이 공존하고 있고 그 덕분에 관리 죄지 않은 사람의 때가 묻어있지만 지저분하지 않고 오히려 바위에 붙은 이끼가 뜻밖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 처럼 보기가 좋은 곳이다.  
서문을 통과하자 마자 우리를 맞이하는 식당 위로 높이 솟아 있는 Cathedral of St. Dominus의 종탑이 왠지 엄숙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기둥으로 둘러싸인 광장까지 나와보니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한껏 밝은 표정으로 지나가고 있었고 그 들을 위해 광장 한면에 방석들을 깔아 놓고 카페 영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오늘 세번째 도시 구경을 앞두고 잠시 휴식을 취할 겸 방석 두개를 차지하고 음료수를 시켜먹었다. 뭐 관광지가 다 그렇 듯 가격은 좀 비쌌던 것 같은데 (커피와 쵸콜렛 음료 합쳐 45 Kuna) 장소가 장소인지라 그리고 사람 구경도 하고 다리도 쉬고 아 시간이 지나니 전통 근위병 복장을 한 사람이 사진도 찍어 주는 걸 보니 재미있었다. 덕분에 시간이 더 늦어져 성당에 들어가보지는 못했는데 뭐 40 Kuna (종탑 10Kuna, 성당 15Kuna, 성물전시관 15Kuna) 아끼는 셈치기로 했다. 나중에 리뷰들을 읽어보니 종탑(10Kuna)에 올라가서 전체 궁전을 높은 곳에서 보는 건 다리가 후덜덜 무섭긴하지만 볼만하다고 한다.   
이 광장은 이 궁전의 중심이라서 그런지 많은 식당 매점 들이 이 곳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데 흥미로운 것이 남쪽으로는 이 궁전의 지하(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긴 하다만)로 내려갈 수 있다. 그 공간도 제법 커서 일부는 기념품 가게로 사용되기도 하고 가끔 합창단의 공연장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일부는 아예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래도 그냥 지나가기는 아쉬워 아직 열려있는 뜰로 들어가 여기저기 얽히고 섥힌 골목길을 들어가기도 하고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분명 궁전 안인데 어린시절 달동네에서 숨바꼭질하는 기분이 나서 재미있었다. 문득 고개를 들 때마다 보이는 성당의 종탑이 나 여기 있으니 길 잃어버릴 걱정은 하지말고 마음껏 돌아다녀라 말하는 것 같았다. 어지러운 낙서, 그리고 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들 그리고 머리 위로 지나가는 전기줄들, 걸려있는 빨래,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설겆이 하는 소리 등등. 정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