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여름. 멀어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붙여놓은 캠핑장 예약 딱지가 빽빽히 붙어있다. 그러고 보니 문득 봄과 가을을 아쉬워하는 사람은 넘쳐나는 것 같은데 달아나는 여름의 등을 바라보며 돌아오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여름 지긋지긋하게 괴롭혔던 무더위도 이렇게 사진의 짓푸른 녹색에 가두어 놓으면 괜시리 그리워지는데. 하긴 지나간 여름이 그리운 건지 지나간 시간이 그리운 건지 말할 수는 없구나. 캠핑장 초입의 원형극장에는 아직 사람이 없었다. 이 곳에서는 매 주말 밤 공원관리인들에 의해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는데 아직은 조용하였다. 하지만 사람대신 상쾌한 공기가 그득하게 메아리치고 있었다.
원형극장 앞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한동안 걸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었을 텐데 여전히 푸른 융단이 깔린 것 같아 한걸음 한걸음 상쾌함이 터지는 것 같았다. 어느 덧 시간이 흘러 해질녁이 되자 이 융단이 금빛으로 물들어 마치 금사로 수를 놓는 것 같았다. 마치 당장 땅을 파면 금은보화가 나오지 않은까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상도 용인되는 순간.
넘어가는 해가 참 아름답구나.
#안녕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