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때 태양이 떠오르는 방향을 향한다는 태양의 문을 통해 비를 상징한다는 2층으로 올라가면 다시 또다른 바위들의 나열이 펼쳐진다. 아무래도 기본 토대가 되는 맨 아랫단의 돌보다는 하나하나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또 부드럽게 다듬어져 단단한 돌들이 마치 솜사탕처럼 폭신폭신하게 느껴졌다. 잉카의 석재술이야 귀가 아프도록 들어왔지만 이렇게 와서 직접보니 대단하다는 말을 안할 수가 없었다. 요즘이라면 각각의 돌은 같은 모양 같은 크기로 똑같이 자르고 다듬어 쌓았을 텐데, 이 곳의 돌들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듯 하나하나 제 각기의 모양으로 다듬어져 끼워맞춰져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모양들이 톱니처럼 맞물려서 기나긴 세월 풍파를 견뎌내는 힘이 되었으리라.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은 거대한 돌들을 배경으로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시선의 끝에 맞닿은 푸르름이 서서히 머리속에 번져갈 때 주변에 메아리치던 여행자들의 소음은 점점 사라지고
순간 진공에 던져진 것 같은 느낌, 일명 멍한 느낌에 잠시 서있었다.
3층에 올라섰을 때 눈 앞에 펼쳐진 Cusco의 붉은 전경.
이 곳에 올라서서 그 들이 건설한 도시를 흐뭇하게 바라봤을 모습을 상상하다가도
지금 보이는 도시의 모습은 그들이 건설한 도시와는 사뭇다를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 씁슬하였다.
더군다나 저 도시에 쓰인 돌들은 아마도 침략자의 탄압하에 Sacsayhuaman을 허물어서 만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은 나를 슬프게 마저 만들었다. 금빛 밑그림위에 검은 색 크레파스로 꼼꼼히 덧칠한 뒤 스크래치로 만든 풍경, 그리고 다시 빈 곳을 붉은 색으로 메꾼 아름다운 풍경.
고개를 돌리니 아직도 발굴 중인 지역이 나왔다. 이 지역에 퓨마의 눈에 해당하는 부분도 있고 이 전체 유적지의 수로를 설계하고 제어했던 지역이 있다고 하는데 출입이 금지되어있어서 차마 들어가보지 못하고 까지발만 발끝이 아프게 들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