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마의 모습을 본 따서 설계되었다는 Cusco, 그리고 그 퓨마의 머리 부분에 이 Sacsayhuaman 자리 잡고 있다. 페루의 서부해안 쪽으로 그 영토를 꾸준히 확장했던, 퓨마 머리에 얹어 놓은 단단한 돌무더에 의지하여 앞으로 맹렬히 달려나가는 야수의 모습을 그려보려고 하였으나 아이들이 뛰놀고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그런 공격성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최전방에서 천하를 아우르던 장년의 장군이 산전수전을 다 겪고 후방으로 물러나 가끔 흰 수염을 쓸어가면서 전투라는 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면서 등을 두들겨 주는 노장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고나 할까?
번개를 상징한다는 지그재그 모양의 맨 아랫열 배열은 강열한 첫인상을 주었다. 각 모서리 부분에 거대한 돌을 세우고 그 돌들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돌들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건설되었는데 아직까지 발굴이 완벽하게 다 이루어지지 않은 터라 그 규모가 어느 정도 인지 상상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모서리 돌 중에서 온전히 한몸뚱아리로 거대한 벽을 지탱하는 돌은 극히 소수이고 지표위에 드러난 부분 밑에 또다른 돌이 이 주춧돌을 떠받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중 하나는 다른 돌들의 도움 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나머지 돌들을 지탱하여 원주민들은 이 돌을 신성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리고 지나갈 때마다 손을 대 신성한 에너지를 받는다고 하여 우리도 한 번 따라해 보았다.
주춧돌 사이에 채워진 돌들은 의외에 아기자기함을 찾을 수 있었는데 믿거나 말거나 동물들 모양이 숨어있다고 한다.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하지만 퓨마의 발, 기니피그, 라마, 물고기를 찾아낼 수 있었다. 보는이를 압도하는 규모의 볼거리의 곁가지에 난 이런 매력도 가지고 있다고 살짝 재치있게 어필하는 듯하여 피식 웃음이 났다. 한편으로는 사실 무규칙적인 배열에서 어쩌다 끼워맞춘 모양들을 관광객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소개해 주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 역시 지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