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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Peru (2009-2010)

Pachacamac 2 - Lima, Peru (2010, 1, 6)


태양의 신전. 손가락만 데면 먼지로 부스러져 버릴 것 같은데 저 형태로 수천년을 서 있는 Pachacamac의 터줏대감. 비록 풍화로 피부는 벗겨져 벽돌을 켜켜이 쌓아 만든 골조가 생생하게 노출되어있었지만 잉카시대 석조 건물과는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 왔다. 튼튼하게 그 형태를 온전하게 보전되어 온 Cusco의 석조 건물은 살이 통통하게 올라 기름기가 흐르는, 윤택함에서 발산되는 화려함이 있다고 한다면 이 곳의 건물들은 무수한 펀치를 맞고 그로기 상태에서도 기어코 다시 일어나는 하얗게 불태우는 권투선수의 치열함에 묻어있는 끈기와 의지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태양의 신전 정상에 서니 신전의 담벼락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바다와 사막 사이에 푸른 농경지가 있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 있는 오아시스를 바닷가로 옮겨놓은 듯했고 저 멀리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황토빛 사막과 대비되는 녹색은 청량감을 주었다. 비록 엘니뇨 때문에 요몇년간 부식이 심해졌다고 하나 여전히 멋진 곳이었다. 그래 마지막날까지도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다시 Lima 시내로 돌아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