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은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해주는 통로와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이 곳을 거쳐간다.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헤어짐을 준비하기도 한다. 우리 역시 여행 마지막 날 절정을 지나 멋진 마무리를 하기 위해 정들었던 Cusco는 안녕을 고하고 Lima와 재회하기 위해 이 곳으로 왔다. Cusco 공항은 많은 여행객이 드나드는 곳이긴 하지만 생각보다는 아주 작은 규모였고 시내 중심가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였다. 비행기 표를 구매할 때 세금이 포함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따로 세금을 내란다. 그것도 10달러나! 예상외의 지출은 늘 기분이 좋지 않은 법. 툴툴 털어버리고 Cusco 공항의 상징인 잉카문양을 지나 Lima로 향한다.
Lima는 확실히 안데스 고지대의 Cusco보다 건조하고 대신 화창했다. 3시간 남짓한 비행시간 동안 순간이동한 것 처럼 기후가 바뀌니 어리둥절했다. 거의 일주일만에 저지대로 내려와서 그런지 한 껏 부풀었던 얼굴들도 다시 오그라드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페루에서의 마지막 여정을 위해 우리는 Miraflores로 서둘러 택시를 탔다. Cusco에서는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과는 달리 택시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편했는데, Lima에서는 여전히 '협상의 달인'이 되어야하는 법. 하지만 다행히 공항에서는 출구 나오기 전에 일명 'Green taxi'라는 좋은 서비스가 있어서 Miraflores까지 45솔의 예상밖의 저렴한 가격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공정한 사회가 되어 간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식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지.
입국할 때의 돗때기 시장같던 모습과는 달리 국내선 출구는 아주 조용했다. 미리 약속한 기사의 인솔을 받아 택시를 탔다. 역시나 서울에서 은퇴하고 이 곳 까지 날아온 택시구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는데, 한국 택시 역시 이 곳에서 노년의 마지막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