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u picchu에서 나오기 전, 다시 망지기의 집에 올라 잃어버린 도시를 내려다본다. 아침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안개가 연극이 올라가기 전 무대를 가리고 있던 막처럼 덮여있더니 지금은 온전히 그 모습 그대로 도시 전경을 즐길 수 있었다. 사진으로 수도 없이 봤던 장면이었지만, 그래서 어찌보면 눈을 감고 Machu picchu를 그릴 때 마다 나의 상상력에 선을 그었던 그 장면이지만, 직접 와서 보니 내 사각안에 그리고 카메라의 뷰파인더 안에서,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던 그 장면들에 숨이 불어넣어져 또 다른 이야기들을 어렴풋이 들을 수 있었다. 저 Center plaza에서 뛰어 놀았을 아이들의 모습, 세월의 무게에 조금씩 어그러지는 돌 무더기를 다시 세우는 사람들, 채석장에 돌을 캐고 그 돌을 가지고 한창 공사중인 었던 Intiwana 주변의 건물들을 손 보는 모습, 또한 여러 제단에서 있었을 종교행사들. 그리고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도 못할 여러 이야기들.
사실 우리가 잉카 문명의 비밀을 파헤쳐서 무엇에 쓰려고하는가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Machu picchu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바라보면서 그냥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 즐기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직접 와서 그들의 건축물을 하나하나 만져보고 그 건축물이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니,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감흥에 더불어, 말로는 설명하지 못할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즐거움이 분명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사라진 그들이지만 지금 현재를 사는 우리와 같이 그들도 그들의 현재를 치열하게 살았고 그 치열하게 산 결과물을 통하여 서로의 삶을 조금이나마 "공감"한다는 것이 그 즐거움의 이유가 아닐까. 거기에 우리의 무언가를 더 알고 싶어하는 지적 호기심이 더해져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것이리라.
출입구를 벗어나면서 기념 스탬프를 여권에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