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다다르니 새까만 연탄과 같은 바위와 그 연탄이 다 타버려 잿빛만 남은 바위가 자리를 잡고 있다. 등산로도 갑자기 거칠어져 숨소리 역시 거칠어졌다. 잘 살펴보면 군데군데 이끼가 끼듯 소모되지 않은 황색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산 정상에 다다라 내려다본 화산암지대가 절경이다. 아마 이리로 용암들이 흘러내려갔었겠지. 급하게 내려가지 못하고 세월아 내월아 내려가다가 멀리가지도 못하고 정상 근처에 그대로 주저 앉아 속에 품고 있던 열기와 습기 모두 다 내어주고 속편하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왠지 왕년에 한 주먹했지만 퇴물이 되버린 나이먹은 한량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까이에 제법 뾰족한 새끼 화산이 젊음을 발산하는 듯 대비가 된다. 저멀리 케잌을 뒤집어 놓은 듯한 산이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