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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Iceland (2010)

Krafla volcanic area 2 - Northeast, Iceland (2010, 6, 14)


Krafla는 활화산이지만 반복된 용암분출 덕분에 지속적으로 변한 주변 지형 탓인지 아니면 애시당초 등산로가 높은 곳에서 시작해서인지 산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민망한 높이였다. 하지만 그 짧은 등산로 안에서 정말로 다양한 풍경을 보여주었다. 등산로 주변으로 펼쳐진, 마치 엠보싱 화장지 같이 울퉁불퉁한 모습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화산활동으로 발생한 기체가 새어나가면서 갑자기 땅 밑에 빈 공간이 생겼고 이에 지표면이 무너져 내려 이와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무너질 수 있기에 올라가지 말라는 주의 문구를 볼 수가 있다. 갈라진 틈사이로 렌즈를 대 보았지만 깊이가 제법 되는지 바닥이 보이지는 않았다. 

거친 화산암 지표를 찣어놓은 듯한 이 상처가 아마 첫날 봤던 þingvellir까지 연결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신기했다. 두 대륙판에 한 발씩 대고 밀어보며 괜히 슈퍼히어로의 느낌을 내 보았다. 땅에는 이렇게 균열이 가 있지만 하늘의 구름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속적으로 두 지표면을 아우르고 있는 듯 하다. 

붉은산이 바로 옆에 있다. 아무래도 산화된 철 때문이리라. 붉은 몸뚱아리 곳곳에 하얀 황결정이 비누가루처럼 묻어 마치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마블링 무늬의 아름다움을 생각나게 한다고 할까? 뒤를 돌아보니 부숴진 지표면이 이 곳 저 곳 솟아올라 성난 Krafla의 분출을 상상할 수 있게 했고 저 멀리서 보이는 연기는 난 지금도 화가 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