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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USA (2010-)

Harpers Ferry 2 - WV, USA (2012, 6, 3)

하이킹을 마치고 내려온 길. 기찻길이 운치가 있다. 난 그저 옛날에 기차가 다니는 곳인 줄 알았는데 여전히 기차가 지나가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는 기차 참 많이 탔는데......서울에서 대전으로 가는 마지막 무궁화호 (그래 그 대전발 0시 50분 그 기차), 상무대에서 의정부 가는 TMO, 정동진 행 밤 기차, 광주까지 가는 호남선, DMZ 직전까지 가는 도라산 역 행 기차, 춘천가는 남춘천가는 강촌가는 지금은 없어진 그 춘천가는 기차......그러고 보니 미국에서는 뉴욕에서 볼티모어 한 번 볼티모어에서 필라델피아 한 번이 전부 다 구나. 요즘 기차는 전원도 들어오고 정말 가슴을 칠 정도의 속도긴 하지만 인터넷도 할 수 있긴한데, 기회가 없더라. 사실 지난 달에 보스턴에 기차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마침 하루 전에 열차 탈선이 있어서 취소가 되었던 아쉬운 경험이 있다. 

다시 말을로 돌아와 이 곳 저 곳 기웃기웃 거려본다. 존 브라운이 요새로 사용했었다는 건물. 부치와 캐시디 처럼 기둥 뒤에 숨어있다가 마지막을 직감하고 그들을 겨누고 있었을 총부리를 향해 내일이 없을 것 처럼 마지막 순간에 달려들었을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근데 참 작네.

마을 전체가 국가에서 관리하는 유적지이고 그래서 폐장시간이 있다보니 늦은 시간에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어 고즈넉했다. 폐장 직전의 민속촌이라고 하면 딱 들어맞는 표현이겠다. 하지만 덕분에 아기자기하고 조용한 옛날 마을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실제로는 아마 저녁 식사 시간이라 한 잔 하려는 사람들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로 시끌벅적 했겠지?)

이 마을의 정상에는 그 오랜 시간동안 이 마을을 내려보고 있는 St. Peter's catholic church가 있다. 역시 시간이 늦어 내부를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이 곳에서 바라본 해가 거의 넘어가 산 그늘에 묻혀가는 마을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넘어가다 걸린 햇살은 교회 뒷 동산을 오르는 길을 채워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었다. 

뒷동산을 올라가는 길에 예전에 교회 건물이 있었던 자리의 잔해들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전쟁통에 이 곳은 병원으로도 활용되었다고 하고 평시에는 학교로도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마을에 사람이 상주하지 않아서 인지 조용하기만 하다. 하지만 원하는 사람은 이곳에서 결혼식을 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산허리를 타고 조금더 가다보면 나오는 Jefferson rock. Thomas Jefferson과 관련되어서 뭔가 대단한게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Jefferson이 친히 이 곳을 방문하여 이 곳의 경치가 대서양을 건너와서 볼만하다고 했다는데 고개가 갸웃. 난 교회에서 바라본 마을의 전경이 훨씬 아니면 반대쪽 절벽에서 바라본 마을의 전경이 훨씬 좋았다.

이 유적지를 벗어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전투지. 미국 동부를 다니다 보면 남북전쟁 당시 치열한 격전지였던 곳을 유적지로 지정하고 보호하는 곳을 많이 찾을 수 있는데 이 곳 역시 그 중에 하나였다. 들러보면 뛰어 놀기 좋은 너른 벌판에 전쟁의 흔적을 굳이 남기기 위해 어거지로 가져다 놓은 듯한 대포들이 엉덩이를 깔고 앉아있는데  쉽게 상상되지는 않지만 실제로 전투가 일어날 때는 피가 개울을 이루고 시체가 저 벌판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고 한다. 저 너른 벌판 위에 넘어간 줄만 알았던 해가 떠나는 손님 다시 뒤돌아 보듯 쨍하게 햇살을 내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