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근처에 은근히 쏠쏠하게 볼 곳이 많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 Fort McHenry. 국가에서 관리하는 사적지인데 1812년 Maryland 전투가 일어났던 곳이고 미국 국가인 Star spangled banner가 태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엄숙할 수도 있는 곳인데 전혀 그렇지 않고 도시 근교에 잠시 소풍 즐기는 것 같은 곳이다. 실제로도 바다바람을 맞으며 잔디에 누워서 늦은 휴일 오후를 즐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도 사실은 프리스비를 하기 위해서 찾는 곳이다 (하지만 갈 때마다 다른 매력에 빠져 정작 프리스비는 하지 못했던). 국립공원이라 입장료가 있는데 우리는 갈 때마다 매번 무슨 행사가 있어서 무료로 입장했다.
입장을 하자마자 전시관에 들어가서 1812년 전투에 대한 소개와 성조기, 그리고 국가 Star spangled banner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볼 수 있었다. 1812년 미 영 전쟁 때 영국 함선들이 해상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Chesapeake bay를 봉쇄하고 볼티모어로 진출을 시도 하였고 볼티모어의 입구에 있던 이 Fort McHenry에서 이들을 격퇴하였다고 한다. 밤새 연이은 폭격에 자욱했던 포연이 걷히고 여전히 Fort McHenry에펄럭이는 성조기를 보고 감동한 Francis Scott Key가 영감을 받아 썼다는 Star spangled banner. 이런 역사를 재연영화로 보여주는데 영화가 끝나자 마자 갑자기 스크린이 올라가고 미국국가가 연주되면서 스크린 뒤의 창 너머로 그 때 Francis Scott Key가 봤던 그 자리에 여전히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전시관에 있던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다 국가를 불렀다. 이방인인 내가 봐도 참 뭉클한 순간이었다.
위에서 본 Fort McHenry는 별모양인데 이 요새를 둘러싸고 있는 푸르름이 상쾌하다. 그리고 하늘을 부분부분 덮고 있는 구름이 그 분위기를 더 한다.
이날은 운이 좋게도 국기하강식을 볼 수 있었다. 영국과의 전쟁 중에도 멀리서도 볼 수 있을 정도의 큰 성조기를 내리는 모습도 제법 쏠쏠한 볼거리였다. 이 곳을 방문한 미국 사람들이 아이들보고 "너도 가서 잡아봐."라면서 독려하는 모습, 그리고 아이들이 즐겁게 재잘거리면서 내려오는 국기를 따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우르르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그러면서도 저렇게 어린 시절부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애국심을 배우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학교에서 교과서로 시험보면서 배우는게 아니라 이렇게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역사를 오감으로 느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으니.
저 멀리 볼티모어 항이 보인다. 볼티모어에 산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내가 바다가 접한 도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문둑 망각한다. 이렇게 조금만 시간을 내면 시원한 바닷바람도 즐길 수 있는데. 여유를 찾는다는게 참 힘들다는 걸 항상 느낀다. 공식적인 학생 신분인 지금도 힘든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힘들어질지. 저 멀리 아스라이 Key bridge도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