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숨바꼭질을 하면서 누볐던 골목길.
언덕 위 학교 근처의 달동네에서 출발하여
시내버스가 다다르는 신작로까지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막다른 골목을 피해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술래를 식은 땀으로 서늘한 등 뒤에 두면
한달음에 뛰었내려갔던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날 만큼 그 달동네 그 골목길의 잔상이 눈 앞에 아스라이 그려졌다.
하지만 이 곳의 골목길은 철없는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자동차들 역시 공유하는 지라
시멘트로 우둘투둘하게 덕지덕지 발라놓거나 유통기한이 1년 정도에 불과한 보도블럭으로 온전히 덮여져있던 내 머리속의 골목길과는 달리
사람을 위한, 불규칙적한 높이의 계단과, 자동차를 위한, 규칙적인 배열의 돌로 덮인 도로가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막다른 골목을 피해 한창 뛰던 소년을 깜짝 놀라게하는 거대한 벌새.
뒤따라 올지도 모르는 술래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이 거리를 기억하게 해주는 또다른 이미지로 기억하기 위해 사진기를 꺼냈다.
이 유서깊은 도시에 장난꾸러기들이 별 생각없이 그렸을 낙서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잉카시대의 정갈한 석축과 식민지 시대의 울퉁불퉁한 석벽 사이에서
푸른꽃의 꿀을 먹기 위해서 날고 있는 벌새가 나를 Cusco로 다시 돌려보내 주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