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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USA (2010-)

Coyote butt south - AZ, USA (2011. 12. 30)

주변은 이렇게 밝았지만 아무래도 겨울이다 보니, 그리고 주변에 사람들의 흔적이 극히 드물다보니 시간 가는 것을 알아채기가 힘들었다. Paria canyon에서 돌아와 진작 입장허가를 받아 놓은 Coyote butt south 지역으로 향했다. 아직도 Coyote butt north 추첨이 안된 게 아쉽네. 이 Paria canyon 지역은 제법 광활한 지역이라 Paria canyon에서 Coyote butt south로 가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눈(!)이 녹아 그렇지 않아도 비포장인 도로가 질척이기도 했고 (공원 관리소에는 진창에 빠져 뒤집혀진 차를 보여주며 절대로 욕심내지 마라고 사전에 경고하기도 한다).  그렇게 한 두시간 남짓 털털거리며 남쪽으로 나아가니 마치 문지기 처럼 서있는, 외로운 나무하나가 우리를 맞이하였다. 이름도 Lone tree. 드디어 south 지역에 접어 들었다. 그리고 길도 갑자기 더 험해졌다.  

20분 정도 더 마치 파도위의 배에 앉아 있는 것 처럼 울렁거리는 차체에 몸을 맡기니 드디어 Paw hole 지역에 다다랐다 (이 지역은 4륜구동 차가 필수다). 나름 지도에는 Paw hole trail이라고 명명해 놓았지만 딱히 등산로가 정해지지 않았고 곳곳에 우뚝우뚝 서있는 기둥들을 끼고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했다. 저 기둥에서 바스러져 쌓인 모래들을 푹푹 빠지며 걸어가 신기한 바위 기둥들에 다가갔다. 마치 쵸콜렛 크림을 케익위에 살짝 짜내어 만든, 고깔 모양의 기둥들이 여기저기 서 있었고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그 거칠거칠한 표면에는 여지없이 세월의 흔적들이 세겨져 있었다. 툭치면 투둑하고 깨질 것 같은 사암이라, 심지어 손톱으로 긁으면 그 세월의 흔적 위에 나의 흔적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은 (물론 손대는 건 금지되어 있다) 약한 기둥이지만 여기 이렇게 서 있는 걸 보면 "인고"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런 기둥들의 연속이다. 사실 Coyote butt north지역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 였는지, 추첨에 떨어진게 아쉬워서 였는지, 아니면 하루의 마지막을 이 곳에서 마무리 한 턱에 괜히 이 외딴 곳에 떨어저 서있는 기둥들에 감정이입이 되어서 인지 조금 쓸쓸해지기도 했다. 주변에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해가 져가면서 주변이 어둑어둑해지면 여흥은 퇴색되고 여독이 몰려오면서 조금은 우울한 여운이 남는게 당연한 걸지도. 대신 North 지역, 특히 Wave의 여지를 남기고 넘어가는 해를 뒤로한다. 여행하면서 수도 없이 느낀 것이지만 맑은 하늘, 해 질 무렵, 넘어가는 해가 마지막으로 선사하는 풍경은 언제나 언제나 좋다. 그래서 더 더욱 찰나라고 느껴지는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