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초입. 물결 무늬가 용틀임하더니 틈이 깊어진다. 마치 거인이 쪼갠 사과마냥.
겨울에는 흔적도 찾기 힘든 Paria 강이지만 여름에 한 번 비가 오면 이 곳이 통제 될 정도로 물이 차오른다고 한다. 영화 127시간 주인공의 상상처럼 빠르게 차오르는 물에 밀려 저 하늘까지 솟아오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틈새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붉은 바위에 적당히 스며들어 또는 적당히 반사되어 매력적인 모습을 뽐내는 곳이다. 사실 이런 풍경으로 유명한 것은 Antelope canyon인데 뭔가 Antelope canyon보다는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아 서투르지만 왠지 모를 씩씩함이 느껴지는 사춘기 청소년 같은 느낌이 있다. 냉기가 차마 바닥까지 내려오지 않아서 인지 아니면 하이킹하면서 올라간 체온 때문인지 느껴지지 않았는데 고드름이 바위의 물결을 가로지른다.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넓은 공간이 나타나 좁은 틈새에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던 시야가 탁 트인다. 물이 넘쳤던 어느 여름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싯누런 황토물들이 이 곳에 머물며 소용돌이를 쳤으리라.
한바탕 휘몰아쳤던 물줄기가 빠져나갔던 곳이라 그런지 협곡은 더 깊어지고 절벽은 더 높아졌다. 바닥에 채이는 돌들은 깎여나간 미쳐 물줄기에 실리지 못하고 이 곳에 남아 그 당시를 상상하게 해 주었다. 벽에는 작은 소용돌이가 만들었을 구덩이도 간간히 보였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정말 내가 작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