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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Peru (2009-2010)

Canon del Colca 4 - Canon del Colca, Peru (2010,1,1)


높다. 고산지대를 달리고 있음은 진작에 부풀어 터질 것 같은 과자 봉지가 일러주었다만 가이드가 전체 투어 코스 중에 가장 높은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점점 올라갈 수록 머리 구석구석에 혈관들이 조금씩 조금씩 부풀어 이곳 저곳을 눌러 형언하기 힘든 성가신 통증이 느껴졌다. 버스 안에 있었던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잠이 들었지만 꿈속에서도 이 기분나쁨을 느끼고 있는 듯 얼굴이 약간씩 일그러진 듯 했다. 고산병. 지금까지는 별탈없었는데 유난히 구불거리는 길에서 오는 멀미와 함께 슬슬 나를 괴롭해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피가 쭉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더 이상 참기 힘들다고 생각할 때 쯤 다행히도 가장 높은 점에 도달해서 잠시 쉴 수 있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었지만 희박한 공기탓인지 쉽게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황량한 주변에눈 누군가 이 정상을 지나간 사람들이 쌓아올린 돌탑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고산증의 어지러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돌 끝에 동공을 모으고 살며시 하나 하나 돌을 올렸을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 거렸다.


4000m 위로 올라오니 주변의 만년설들로 덮인 고봉들의 장엄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저 산 정상 부근에서 눈에 언 공주의 미라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Junita라 불리는 공주는 현재 Arequipa의 한 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후생을 믿고 미라와 함께 생활하는 페루인들의 전통을 아직 여기저기서 볼 수 있지만 저 산 꼭대기에 저 눈을 헤치고 미라를 보관했을 그들을 글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