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인터넷을 줄이고 다른 문화 생활을 늘려보려고 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이메일 체크(물론 대부분 스팸)에 이어 포탈에 들어가 보고 자연스럽게 웹서핑의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라는게, 그리고 잠들기 직전에 하는 일이 마찬가지로 인터넷의 바다에 허우적 거리다 마지못해 컴퓨터를 덮게 된다는게 언제부터인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영어라도 늘게) TV를 보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더 가능하다면 책이나 논문도 읽고 글도 쓰는게 훨씬 알찬 시간이 될텐데. 그래서 인터넷을 줄이자. 이 것이 나의 2015년 새해 다짐이었다. 잠자리에 들기전 컴퓨터를 열어보고 싶어 괜히 안절부절 못하는 나의 모습이 문득문득 섬찟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법 잘 지키고 있다. 덕분에 책도 좀 읽었고 여행기도 많이 썼으며 그동안 못 봤던 드라마나 영화도 챙겨보았다. 그러다 보니 왠지 정리를 해두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블로그에 남겨둔다. 성의야 좀 없을지라도 여기에 정리해 놓은 목록들이 더욱 더 길어지길 (그리고 더 길게 만들 수 있도록 내가 부지런해지길) 기원해 본다.
+ 작년 말 라디오에서 추천한 보이후드(2014)를 드디어 챙겨보았다. 실제 배우가 어렸을 때 부터 12년 동안 촬영을 하여, 2시간 반의 상영 시간동안 그 실제 12년의 시간동안 그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그리고 그 주변 환경은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지 담담하게 보여주는 영화였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특별히 자극적인 사건이나 사고 없이 그동안 있었던 일을 어찌 보면 옴니버스 식으로 엮어서 보여주는데도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할까? 마치 삼시세끼에서 이서진 (옥택연) 또는 차승원 (유해진)이 별다른 미션없이 세끼 밥 해먹는 걸 바라보는데 그냥 재미있는 것 같이 말이다.
+ 인생의 모든 순간에 우리는 최선을 다 하려고 하고 그 순간 순간이 결국 우리의 일생을 결정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긴 상영시간 뒤에 머리속에 잔잔하게 일렁였다. 언제나 밝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내일, 그리고 내년의 계획을 세우지만 막상 계획되로 되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아 좌절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결국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우리를 성장케 하고 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힘을 주는게 아닐까? 아버지 역할로 나온 에단 호크가 풋풋한 시절에 나왔던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대사 Seize the day를 살짝 비튼 The moment seizes us를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 그리고 우연찮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바로 얼마전에 다녀온 (그리고 지금 여행기를 쓰고 있는) Big bend national park (실제로는 그 옆에 Big bend state park)이어서 더 더욱 인상 깊었다.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 Not yet, Not quite라고 말하기 보다 언제나 준비되어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참 쉽지 않다. 풋볼 경기장에서 마치 내일이 없는 것 처럼 모든 것을 불사르는 사람들처럼 순간에 충실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