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here are you going?/Korea (2014)

협재 - 제주도, 한국 (2014. 10. 6)

원래는 일정상 제주 서쪽이 아닌 동쪽으로 즉 시계 방향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첫날 숙소를 표선에서 잡고 첫 일정으로 다랑쉬 오름으로 하려고 했으나, 전날 다녀오기도 했고 아침에 일어나 하르방 밀면을 먹고 나니 왠지 반대방향으로 돌아보고 싶어졌다. 비록 십년 전이지만 김녕 쪽으로 돌아보기도 했고 단순히 "협재"에 가보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버렸다. 그래서 나름 비행기 안에서 세웠던 계획은 다 지워버리고 서쪽으로 향했다. 제주를 지나 애월 쪽으로 향하는 해안도로에서는 엄청나게 바람이 불어서 차마 내리지도 못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좀 후회가 된다. 그 큰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을 참 멋있긴 했는데......그 걸 바라보는 사람들도 즐거워보이긴했는데, 너무 추워보이기도 해서 그냥 차안에서 보는 걸로. 그렇게 한 시간 남짓 애월을 지나 협재에 다다랐다.

사실 협재를 알게 된건 새로운 생활을 준비하던 메가쇼킹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살포시 눌러주었던 트위터 팔로잉 때문인데 메가쇼킹의 쫄깃센터가 오픈하면서 그가 올리는 사진들을 보게 되면서 였었다. 그 이미지에 제주도의 푸른 밤 이미지가 살짝 덧 씌워지면서 왠지 모를 환상같은게 생겼었나보다. 푸른 색과 녹색 그리고 흰색과 검은색이 상상속에서 뒤섞여 즉흥적으로 가봐야지 마음먹게 할 만큼 기대했었는데, 정말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멋진 곳이었다. 

10월이라 아무리 제주도라고 해도 해수욕하기에는 추운 날씨였는데 한 외국인가족이 용감하게 뛰어들어가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애월에서보다는 바람이 잦아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한 바람에 파도는 계속 밀려왔지만 그들은 즐거운지 물놀이를 멈추지 않았다. 예닐곱 밖에 안 되보이는 애들이 첨벙첨벙 거리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괜히 나까지 신이 났다. 그 모습을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모양을 한 비양도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듯 했다. 바다를 향하여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늘 사진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내가 이 협재의 주인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개 중에 잘 나온 것 몇장을 사진블로그에 올렸는데 미처 올리지 못했던 협재의 사진을 이 곳에 올려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