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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USA (2010-)

Zion national park 6: Zion-mount carmel highway / East entrance - UT, USA (2011, 12, 29)

어느새 넘어가 버린 태양 때문에 미처 햇살을 받지 못한 바위들의 붉은 색은 퇴색 되었고 덩달아 돌아가는 길의 붉은 포장 역시 탁해져서 괜시리 떠나는 이의 마음을 울적하게 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 Kanab까지 이동하기 위해 다시 Junction을 지나 제법 높은 곳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었다. 도로 위에서 바라본 국립공원의 모습은 왠지 엄했던 동네 할아버지가 작별의 아쉬움을 짐짓 숨기며 엇험하고 고개를 돌리는 듯 했다. 그리고 Mt. Carmel highway를 타고 그 와중에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참 힘들었겠다 싶은 터널도 하나 지나니 Zion canyon과의 풍경과는 격한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는 경관이 이어졌다.

탐방객을 압도했던 Zion canyon과는 달리 떠먹는 아이스크림의 마블링 무늬 같은, 그리고 거기에 박힌 초콜렛 칩처럼 박힌 나무들이 만드는 새로운 풍경은 아쉬워 할 겨를도 없게 해 주었다. 기나긴 세월이 쓸어서 생긴 듯한 물결 무늬 사이사이로 기어이 뿌리를 뻣어낸 그리고 그 뿌리가 커져 기어코 크게 세로로 금을 내어버린 모습들이 신기하다. 해가 넘어갔지만 어두워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밝은 것도 아닌 기묘한 시간이 만들어낸 어딘지 모르게 뿌옇게 변해버린 듯한 주변 공간이 그 신기함을 더했다. 
예전 초등학교 시절 찰흙에다가 무늬칼로 자국을 쓸어보기도 하고 찍어보기도 하면서,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덩어리를 움켜잡고 뒤틀어서 모양을 만들었다가 그게 한참 뒤 굳은 후에야 머리를 긁적이며 왜 이걸 이렇게 했을까 혼자 물어보게 되는 그런 기이한 모양의 연속을 바라보면서 오늘 일정 그리고 내일 일정을 곱씹어 보았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꼼꼼히 짜왔더라도 뒤틀릴 수도 있는게 여행이지만 그런 뒤틀어진 일정 속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기쁨을 찾을 수 있는 것. 계획에 없었던 Zion national park을 떠나면서 든 생각이었다.

이제는 붉은 빛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푸른 빛 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