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갔을 때는 살짝 성수기에 못 미쳐서 오전 10시 부터 오후 4시까지 배가 운행했다. 한 사람당 15불을 내고 수시로 드나드는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가는데 시간이 많은 사람은 호수를 빙 둘러가는 하이킹 코스가 있다. 물론 배로가면 20분 정도 지만 걸어가면 2시간. 짧은 뱃놀이지만 정말 물이 맑아 분명 기름으로 운행되는 것 같은 배를 타고 건너는게 왠지 죄책감이 생길 정도이다. Grand teton에 다가갈 수록 만년설에서 나오는 하얀 냉기가 오월 말 날씨에도 옷깃을 살짝 여미게 했다. 때마침 구름이 내려와 더 추워지기도 했고. 나무 숲사이로 조그마한 선착장이 보이고 4시 막배가 떠나기 전에 하이킹을 마치기 위해서 서둘렀다.
+ 이 곳에 내리면 아무래도 시간 제약이 있기 때문에 짧은 두 개의 등산로 중 한 곳을 따라가게 되는데 왼쪽으로 향하면 Hidden fall로 오른쪽으로 향하면 Inspiration point로 향할 수 있고 Inspiration point는 Jenny lake cascade canyon trail, 10시간 등산로로 이어진다. 우리는 왠지 폭포보다는 Inspiration을 받고 싶어서 Inspiration point로 향했다. 보통 왕복 2시간에서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등산이라는데 이제 막 녹기 시작한 눈 때문에 등산로가 무척이나 질척거렸다. 다행이라면 구름이 점점 두꺼워져서 덥지는 않았다는 점. 한 10분 정도 뒤를 돌아 보면 보이는 선착장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 쯤 제법 가파른 경사가 나타났고 본격적으로 거대한 Grand teton을 깨작깨작 올라가기 시작했다.
+ 깨작깨작 올라가지만 사람 걸음 무서워서 어느새 제법 높이 올라와 등산로에는 질척거리는 진흙대신 아직 녹지 못한 눈으로 등산로가 덮혀있었다. Grand teton은 큰 산이라 어느 순간 부터는 올라간다는 느낌보다는 들어간다는 느낌이 더 들어 왠지 무서워지기도 했다. 올라가다가 만난 분이 Inspiration point는 사실 별로 였고 차라리 Cascade canyon이 더 멋지더라라고 하셔서 과감히 두려움을 무릅쓰고 더욱 더 깊숙히 들어가 보기로 했다. 사실 Lonely planet에서도 할 수 있다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가장 깊은 곳 까지 Cascade canyon을 들어가보기를 권하기도 했고.
+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보이는 봉우리들이 참 장엄하다. 멀리서 보면 단지 한 줄인 줄 알았는데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새로운 봉우리들이 나온다. 왠지 점점 구름도 올라오는게 신선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