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후 All in one으로 갈아입고 꽤나 멀리 나아간다. 숨통이 탁 트이는 풍경 때문인지, 여름임에도 차가운 북극해의 바닷바람 때문인지 상쾌함이 온 몸으로 퍼져 배멀미는 전혀 없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백경>에서 느껴졌던 뱃사람들의 설레임마져 느껴지는 듯 했으나 쉽게 나타나지 않는 고래때문에 조금씩 조금씩 지겨워졌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이니 어쩔 수 없긴하지만 조금씩 초조해졌다. 고래가 잘 나타나려면 맑은 날씨, 잔잔한 파도, 조용한 아침 또는 저녁 등 수많은 조건들이 맞아야한다는데 이를 다 만족시키는 날을 지나가는 여행객이 어떻게 맞출 수 있으리오.
오오 고래다! 푸르스름한 바다 밑에 희끄무레한 물체가 보인다. 여기저기 고래가 보일 때마다 선미에 선후에 매달린 사람들이 여기저기 몰려다닌다. 이 곳 저 곳 저 넓은 바다 위에 고래들이 부끄럽게 또는 소심하게 슬쩍슬쩍 모습을 보인다. 처음에는 수족관에 갇혀있던 돌고래들이 아닌 진짜가 진짜가 나타난 사실에 흥분이 되었었다. 하지만 거대한 스크린에 피사체가 너무 작으면 미간을 찌푸리고 안경을 고쳐쓰게 되는 것 처럼 차츰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래 역시 브로셔의 온몸으로 뛰어 오르는 고래의 모습은 광고에서 존재할 뿐이었어 쩝.
이런 아쉬움을 회사도 아는지 계획에도 없는지 관광 말미에 Bird watching 코스를 경유하여 회항하였다. 아이슬란드는 Puffin이라는 새가 유명한데 이 새는 생김새가 귀여워서 (다른 나라에도 많이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마스코트화하여 상품화하고 하고 있다. 저 바다위에 마치 팬케이크하나 덩그러니 떠 있는 같은 섬을 시원치않은 줌으로 당겨보니 새들이 다닥다닥 앉아있고 이 들의 배설물들이 하얗게 또다른 지층을 이루는 듯 했다. 바다 위에도 Puffin들이 많이 떠 있었거나 날라다녔는데 이놈들이 제법 빨라서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건 뒷모습 뿐이었다.
아 마지막에 시나몬 빵과 코코아는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