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here are you going?/Ireland (2013)

Trinity college 1 - Dublin, Ireland (2013, 6, 1)

더블린은 사실 거쳐가는 곳이라 둘러보는데 주어진 시간은 한 나절 정도? 그래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근처 숙소에 짐을 풀고 시내로 나왔다. 시내로 들어오기 위해서 공항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나름 잘 갖추어져있다고 하는데 시간도 아낄겸 그리고 두 사람 가격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는 것 같지도 않아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너무 오랜만에 유럽에 오는지라 어안이 벙벙하여 어디에 내려야 할지 우왕좌왕하며 눈동자만 차안에서 굴리고 있었는데 택시기사 분이 아주 쿨하게 여기서 부터 시작하면 될것이라며 트리니티 칼리지에 내려다 주셨다. Trinity college는 삼위일체를 말하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독교에서 출발한,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라고 한다. 내리자마자 시야를 가로막는 건물은 뭔가 답답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꼬장꼬장한 노학자가 어디감히 너희같은 범인이 이 대학에 들어오느냐고, 시내와 경계를 긋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건물 밑으로 뚫린 터널은 여느 대학교 게시판처럼 덕지덕지 광고물들도 붙어있고 그 중에 나름 재치있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짧은 터널의 끝에는 고즈넉해야할(?)  캠퍼스가 눈에 들어왔다. 형이상학적 세계와 형이하학적 세계를 연결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옛날에 이 곳을 통과하는 학생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명문대에 등교한다는 자부심? 학점에 대한 스트레스? 하지만 현실은 더군다나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관광객들도 많았고 캠퍼스에 들어서자마자 실제 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전통복장을 입고 캠퍼스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었다. 

눈 앞에 갑자기 펼쳐진 탁트인 공간은 아 여기가 대학이구나라고 물씬 느끼게 해주었다. 지금이야 관광객들이 북적북적하지만 실제 학기 중에는 소란스러운 시내와 격리되면서 느끼게 될 이질감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날씨가 맑을 때 왠지 저 잔디밭에 앉아 짜장면 한 그릇 시켜먹으면 참 좋겠다는 불경한 생각도 해보았다. 

 무슨 행사가 있었는지 Parliament square에 뭔 이상한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어서 Trinity college의 상징인 종탑 Campanile이 가려져있었다. 여느 대학교가 그렇듯 이 학교에도 미신이 있는데 종이 칠 때 이 Campanile의 밑을 통과하면 시험을 망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