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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Iceland (2010)

Sægreifinn - Reykjavik, Iceland (2010, 6, 10)


짐이 없는 탓인지 첫날부터 일이 완전히 꼬인 기분이었다. 어찌어찌 유스호스텔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나니, 문득 밥 때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속상한 마음에 입맛이 없어 주변에서 대충 때울까하다가, 이럴 때 일수록 기분 좋게 다녀야지 하는 생각에 시내에 나가서 제대로 챙겨먹기로 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섬사람들 답게 해산물을 주로 즐긴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한 무력행사가 대구 조업권을 놓고 영국과 마찰을 빚은 일명 대구 전쟁일 정도이니 해산물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가늠할만 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곳은 부두가에 위치한 Sægrefinn였다. 우중충한 날씨 탓에 부두로 향하는 해변도로가 음산하게 느껴졌다.



나의 벗 Lonely planet에 Our pick으로 엄지를 치켜세워놨길래 뭔가 대단한 음식점이겠거니 했는데, 왠걸 이건 부둣가에 조그만 선술집같았다. 기껏해야 식탁 2개가 비좁게 들어서 있었고, 조그만 카운터가 전부. 하지만 여기저기 벽에 걸려있는 뱃사람들의 흔적과 뉴욕타임즈와 같은 세계 유수 언론에서 맛집으로 소개된 기사 스크랩, 그리고 카운터 옆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큼직큼직하게 나누어져 꼬치에 가지런히 끼워져 손님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곳의 메뉴는 사실 이 냉장고의 해산물 꼬치를 구워주는 것과 수프가 전부. 하지만 이 곳의 수프는 그닥 좋지 않았던 아이슬란드와의 첫만남 때문에 꼬인 내 마음을 풀어주었고, 우중충한 날씨에 젖어버린 내 마음을 녹여주었다. 아이슬란드에서의 해산물 수프는 정말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맛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조금만 성의있게 구글링해보면 세계 최고의 가재 수프라는 평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더불어 수프만으로는 헛헛해질 배를 생각하여 고래 (!) 꼬치를 주문하였다. 나름 울산에서 태어났고 포경으로 유명한 장생포에 큰 할아버지 댁도 있었는데, 고래 고기는 처음이었네. 맛은 질긴 소고기 맛에 약간 바다 비린내가 섞인 정도? 


날씨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배들이 대부분 정박해 있었다. 시차 때문인지 지지 않는 해 때문인지 (대략 2주 동안 밤이 없었다.) 흐린 날씨 때문인지 시간이 멈춰서 배들도 가만히 있는 것 같았다. 이래선 안 되지 싶어서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Golden circle을 돌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