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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Iceland (2010)

Reynisfjara - Southwest, Iceland (2010, 6, 12)


Vik에서 꽤나 불편했던 밤을 보냈지만 힘차게 3 일째의 여행을 시작했다. 늦어진 일정 때문에 지나쳤던 Reynisfjara를 찾아서 차를 돌렸다. Vik 주변의 해안가에는 검은 자갈 위로 부서지는 파도와 이 파도가 조각해 놓은 기암괴석들이 멋진 풍경을 이룬다고 하여 제법 기대를 하고 가던 길을 거슬러서 찾아들어간 Reynisfjara. 하지만 관광 성수기인 여름 직전의 초여름이어서인지 Dyrholaey까지 연결해 주는 수륙양용 관광차도 멈춰있었고 해안가까지 가는 길은 야생조류 번식기를 이유로 접근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용돌이 치는 듯한 바위 주변으로 살짝 흩뿌려진 검은 모래가 비현실적인 풍경을 갈 수 없는 Dyholaey를 배경으로 펼쳐놓고 있었다. 


하늘이 없었다면 화성에 발을 디딘 것 같은 느낌이었으리라. 여기 저기에서 퇴적된 지층들이 융기되고 침강하고 침식되어 생긴 사선과 곡선의 나열이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어느 새 더이상 바닷가에 가까이 가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잊어버린채 뒷동산에서 숨바꼭질하는 어린 애들 처럼 이 곳 저 곳 올라갔다가 건너 뛰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우중충한 하늘에 바람이 제법 쌀쌀했지만 아이슬란드가 여행지로 괜찮은 선택이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곳이었다.



문득 바위 밑에 작은 꽃들이 딱봐도 척박한 땅에서 힘겹게 바람을 이기고 피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