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시대에 개발된 도시들은 대부분 중앙에 Plaza de Armas 광장을 가지고 있었다. Armas는 전쟁의 신으로 무기를 뜻하는 Arms의 어원이기도 한데 시내 중심가의 광장의 이름을 굳이 Armas라고 지은 것은 아마도 절대 권력과 일맥상통하는 군사력, 무력을 염두해 두었으리라. 또한 각 도시의 Plaza de Armas를 방문하면 그 도시의 특색을 간략하게 나마 파악할 수 있는데 이 곳 Arequipa의 경우 주변 Andes에서 캐낸 백색의 돌로 지은 건물들로 인해 다른 도시들 보다 한결 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무더운 날씨는 다른 도시에서 보기 힘든 야자수를 우리에게 선물하였다.
아무래도 시내가 이 광장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다 보니 많은 사람이 이 광장에서 만나고 헤어지기 마련이지만 이 날은 2009년의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가는해를 보내고 오는해를 맞이하려는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한데 뒤섞여 더욱 더 활기차게 느껴졌다. 정면의 La catedral에는 송구영신 예배가 예정되어 있었고 때가 살짝 지난, 작은 빨간 화분을 꼬깔 모양으로 쌓아올려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여전히 사람들의 눈길을 끓었다.
Plaza de Armas는 예전에는 La catedral의 일부였던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현재는 대부분이 음식점으로 개조가 되어 2층에서 광장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 회랑 건물까지 포함하면 이 Plaza de Armas의 La catedral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크기를 가진 성당이라고 한다.
이 광장에서 아시아인들을 찾기란 참으로 어려웠다. 아시아에서 자라 미국으로 넘어와서도 수많은 아시아인들과 같이 이야기하고 일해왔는데......수많은 인디오들 사이에서 문득 남미에 처음 떨어졌을 때 느꼈던 생경함이 다시 밀려왔다. 그리고 내 생에 겪은 12월 31일 중 이렇게 따뜻한 아니 더운 12월 31일도 처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