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공항에서 피사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 노선은 하나 밖에 없어서 무작정 타긴 했는데 어디서 내려야할지 알 수가 없어서 초조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왠 시장 바닥 같은데서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웅성대더니 우르르 내리는 게 아닌가? 그래서 여긴가 보다 잽싸게 하차! Piazza del duomo가 완전히 성벽에 둘러싸여 있어서 놓칠뻔 했는데 찰나의 선택이 시간을 아끼게 해주었다. 더운 날씨에 정류장 앞을 가득 매운 잡상인들 덕분에 관광지 특유의 정신없음에 잠시 미간이 찌뿌려졌지만 성벽 뒤에 빼꼼히 보이는 피사의 사탑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문을 통과하자마자 눈 앞에 펼쳐지는 Piazza dei Miracoli. 일명 기적의 광장. 원래는 Piazza del duomo라고 불리워졌는데 Gabirele d'Annunzio라는 소설가에 의해 기적의 광장이라고 불리워지게 되었다고 한다. 상상했던 것 보다 넓은 광장에 상상했던 것 보다 거대한 건물들 덕분에 이탈리아에 도착해서 느낀 짜증과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갔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 많은 사람들을 모두 품고도 남는 곳이었고 기꺼이 그 안에서 작아짐을 즐겼다. 이 광장에는 4가지 건물, 즉 둥근 모자 모양의 세례당 (Baptistery), 대성당 (Duomo), 종탑 그리고 묘지 (Camposanto)로 이루어져있는데 대성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입장료를 지불해야한다. 입장료도 제법 비쌌고 종탑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일일 입장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광장을 거니는 것으로 만족했다. 아니 사실 나같은 초심자에게는 충분했을 지도.
그리고 드디어 피사의 사탑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