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뒤의 세례당은 광장에 들어왔을 때의 모습과는 달리 세월의 흔적인지 지붕이 군데군데 벗겨져 살짝 안쓰러운 느낌이 있었다. 이 세례당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세례당이라고 하는데 이 종교에 무지한 나는 세례당이라는게 기독교(또는 천주교) 건물 중에 원래 따로 있는 것인가? 살짝 궁금해졌다. 사실 세례당이 Baptistery인 것도 이번에 사전보고 알았네. 두오모를 보고 나오니 한 무리의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 세례당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는 다른 유럽 여행지에 비해서 인도인들이 많이 있었는데 미국도 아니고 유럽에서 아시아인을 갑자기 많이 보게 된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사탑에 가려져서 그렇지 이 세례당도 지반이 불안정하여 0.6도 정도 기울어졌다고 한다. 이 불안정한 건물 주위에 널부러져있는 사람들이 인상 깊었다. 두오모나 사탑 주위에 잔디밭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는데 이 세례당 주위는 그렇지 않아 사람들이 일광욕도 하고 (왠지 모르겠는데) 덤블링도 하고 아주 즐거워 보였다. 종교 건물의 엄숙함과 관광지의 활기참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공간이라고나 할까? 세례당 위로 이탈리아의 맑은 하늘이 눈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