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은 온전히 이동에 썼다. 정말 남미 넓더라. Torres del Paine에서 4시 반 정도 출발해서 다시 아르헨티나 El calafate로 도착하니 어느 새 밤이었고 저녁식사 하는 곳도 찾기 힘들었다. 간단하게 펍에서 밥 챙겨먹고 카메라 사진들 정리하니 어느 새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다시 새벽같이 일어나서 El calafate로 돌아온 이유, Perito Moreno로 출발했다. 호텔이 미리 부탁해놓은 아침 식사를 챙기고 호텔마다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작은 버스를 타고 시외곽에서 다시 큰 버스로 갈아탔다. 날도 흐렸고 다들 잠들이 덜 깼는지 버스 안은 뭔가 뿌연 습기가 가득한 것 같았다.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버스를 타고 가니 어느 새 Perito Moreno에 도착했다.
Perito Moreno는 관광객이 많이 다녀가는 곳이라 그런지 시설이 굉장히 잘 되어있었다.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얼음 덩어리 옆이다 보니 예상했던 것 보다 너무 추웠는데 다행히 카페테리아에서 몸을 좀 녹였다.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아서 바쁘게 돌아다니기 보다는 좀 쉬엄쉬엄 다녔다고나 할까? 1시에 Glacier trekking을 예약해 두어서 시간도 좀 많이 있었다. 물론 굳이 Glacier trekking을 하지 않더라도 빙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등산로를 잘 정비해 놓고 있었다. 지도로 보면 복잡해 보였지만 두 시간 정도면 여유있게 그 장엄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Perito Moreno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흐르는 얼음 덩어리라 조금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 한 무더기가 무너져 내리는 걸 볼 수 있다. 고로 오늘 내가 보는 빙하와 내일 다른 사람이 보는 빙하의 모습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