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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USA (2010-)

Paria canyon 3 - AZ, USA (2012. 12. 30)

돌아오는 길 좁은 길을 따라 터벅터벅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절벽 위로 올라가봄 직한 곳이 있었다. 딱히 가로 막고 있는 것이라든가 아니면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표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리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조심조심 위로 올라가보았다. 내심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아가다가 Wave까지 나아가길 바랬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이쿠 제가 길을 잘못들었네요 혹시 누군가 물어보면 이렇게 말을 해버리고.

절벽아래는 거칠게 깨지고 부서진 돌덩이들이 여기저기 발에 채였지만 위에는 마치 부드러운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모습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팔레트 위에 거칠게 짜 놓은 물감이 살짝 굳은 뒤에 큰 붓으로 이리저리 쓸어낸 듯한, 거기에 더해 가끔 붓에 묻어있던 다른 색깔이 미처 완전히 섞이지 못하고 같이 나란한 무늬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힘이 들어갔는지 아니면 힘을 덜어냈는지 편평하지 못하고 일정 간격으로 울퉁불퉁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더 나아갈까 하다가 시간이 다 되어 발길을 다시 돌렸다. 사실 이런 협곡으로 유명한 게 근처  Antelope canyon인데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몇 가지 하면 꼭 들어가는 여행지) 아기자기한 맛은 조금 떨어지지만 이 곳 Paria canyon도 못지않게 매력적인 곳인 것 같다. 일단 Antelope canyon은 사람이 너무 많고 시간 제약도 있어서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지만 이 Paria canyon은 좀 더 마초적이면서 온전히 나의 여행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