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앞으로 여행하게 될 파타고니아 지역에 너무 꽃혀있었던 나머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여행 날짜가 다가 오면 다가 올 수록 장거리 비행의 중요 기착지라는 현실적인 이유 뿐만아니라 아르헨티나의 풍부한 문화를 짧은 시간 동안아니마 느낄 수 있다는 매력을 깨닫게 되어 가능한 많은 지역을 다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숙소에서는 조금 멀지만 조금 돈과 시간을 들여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강남이라는 팔레르모 지역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팔레르모는 이탈리아 광장을 중심으로한 동물원과 Jardin Japones (일본 정원) 등의 공원 지역이 유명하지만 시간 관계상 식당이 밀집되어 있는 Plaza serrano로 향했다. 광장은 그리 크지 않았고 홍대 놀이터를 연상하게 하는 놀이터가 있었는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아이들은 별로 없었고 우리처럼 괜찮은 식당을 찾는 어른들이 대부분이었다.
메뉴는 크게 고민 없이 아르헨티나에 왔으니까 진짜 제대로 된 스테이크를 먹기로 하고 Tripadvisor의 리뷰들을 살펴본 뒤 La Cabrera로 결정. 우리는 예약을 하지 않아서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지만 여행 첫 날이기도 하고 지금까지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느낌도 좋았고 스테이크에 기대감도 커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들어간 식당은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는, 그래서 우리처럼 기대감에 찬 사람들로 가득했다. 웨이터들이 들고 다니는 음식을 흘끗 쳐다보고 또 냄새를 맡으면 그 기대감이 더더욱 커져만 갔다. 그렇게 메뉴판을 받았는데 역시나 스페인어. 하지만 이 식당에는 각 메뉴가 어느 부위인지 간단한 그림을 소개해 줘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혹시나 해서 여기 잠깐 소개하면 Bife de chorizo는 Sirloin, Bife de costilla는 T-bone, Bife de lomo는 Tenderloin, Ojo de bife는 Rib-eye란다. (미국에서 오래 사니 스테이크는 영어가 익숙하네.)
이 식당의 특징은 뭔가 본 고기가 나오기 전에 반찬들이 많이 나오는 점인데 이거 저거 스테이크 나오기 전에 많이 먹다보니 정작 스테이크가 나올 때는 배가 불렀다. 하지만 첫 저녁 식사이고 그 맛있다는 첫 아르헨티나 스테이크니 크게 심호흡하고 다 먹어버렸다. 배가 불렀지만 정말 맛있었고 (자랑은 아니지만) 결국 다 먹었다. 나중에는 속이 조금 쓰려왔지만 전혀 후회가 없었다. 가격도 뉴욕에 비하면 거의 절반 가격이었고. 부른 배를 움켜쥐고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택시 타기전에 괜히 사기 당하면 어쩌나 걱정 조금 했지만 도시라서 그런지 미터기가 작동했고 가격도 적당했던 것 같다. 여튼 첫 날은 좋은 기억만 가지고 마무리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