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 그 이름이 무색하게 전시물은 참으로 빈약하다. 나즈카 지역 문화 등 잉카 이전 시대의 유물을 전시해 놓은 관이 임시 정비 중이라서 그런지 전시물의 절대량도 부족하고 안내문이 스페인어라서 그런지 봐도 잘 모르는 유물들에 금새 흥미를 잃었다. 또한 잉카 시대의 화려한 금붙이를 기대한다면 더욱 더 실망할 것이다. 그 많은 금붙이들을 스페인에게 빼앗겨서 인지 아니면 잉카 시대 유물은 쿠스코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금붙이들을 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좋았던 이유는 다른 페루의 관광지와는 달리 무료였고 유물 보존때문인지 몰라도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탓에 거리를 배회하느라 지친 육신을 천천히 관람하면서 달래기 정말 좋은 곳이 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태양을 상징한다는 거대한 잉카 문양과 페루 여행의 절정 마추픽추. 탁트인 공간 덕택에 스모그에 찌들어 답답한 가슴이 뻥뚤리는 것 같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6층 특별전시실의 Shining path 특별전시회였다. Shining path는 페루의 경제 혼란을 틈타서 페루 중부 고원지대에서 일어난 공산주의 게릴라로 이로 인해 근 십년동안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분명 혼란한 사회에 나름의 이상 사회를 꿈꾸면서 일어난 운동일텐데 꿈꾸던 결말이 아닌 비극으로 치달은 이 운동 역시 수많은 역사의 아이러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더불어 페루 역사에도 이러한 유혈 사태가 생채기로 남았다는 사실이 그것도 내가 철없던 시절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에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내 가슴에 씁슬함으로 다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