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쇼가 끝나고 우리는 Eastern garden을 조금더 구경하기 위해 Open air theatre를 벗어나 가을 햇볕 아래 선명하게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곳으로 나가 보았다. 그늘막에는 그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는 분들이 있어 조금 구경도 해보았다. 여름 내 담뿍 머금었을 수분들은 가을 햇살에 다 증발해버리고 강렬한 색감들만 결정처럼 남아 강렬하게 시각을 자극하는 정원의 꽃들을 다시 물기 가득한 수채물감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굵은 붓터지들이 보기 좋았다.
점점이 박힌 다양한 종류의 달리아들이 시선을 계속 잡아끈다. 작은 것들은 작은 것들 대로 큰 것들은 큰 것들 대로 둥근 것들은 둥근 것 대로 납작한 것들은 납작한대로 마치 우리가 다다른 것처럼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러고 보면 이 전체적인 밑그림들을 그리고 가꾸어나가는 정원사의 역량이 보통이 아니리라. 꽃의 색깔과 성장 속도, 개화시기 등등을 머리 속에 넣어두고 그에 맟춰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가꾸어나가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곳곳의 조형물 역시 이 꽃들과 잘어우러진다. 사실 정원이라는 문화는 자연스러움을 많이 추구했던 우리 문화와는 조금 이질적인 게 사실인데 이 곳 저 곳 다녀보니 그래도 참 매력적인 공간인 것 같다. 더군다나 사적인 공간으로 제공되기도 하고 또 행사를 진행하는 공적인 공간이 되기도 하고. 여튼 조금 더 동쪽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