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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going?/Peru (2009-2010)

La catedral - Arequipa, Peru (2009.12.31)


2009년의 마지막 해를 받으며 하얀 대성당 건물이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매일매일 떠오르는 해를 그리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백색의 도시 Arequipa에 근 450년 동안이나 자리잡고 있는 대성당 건물. 숱한 지진에 이곳 저곳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상처를 입었지만 변함없이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는 이 건물이 또 한 해를 보내고 있었다.


건물 앞의 새해 맞이 크리스마스 트리는 한 해를 정리하고 또 희망찬 새해를 기원하기 위하여 모인 Plaza de Armas에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12월 31일 무더운 여름날에 해가 바뀐다는 것이 어색했지만 이 또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한국에 있을 때는 새해가 바뀌는 순간 각 방송사의 각종 시상식과 새해 넘어가는 순간의 보신각종 중계를 보면서 또는 다른 날과 별반 다를게 없이 방에서 뒹굴거리면서 보내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렇게 생경한 곳에서 맞이하다 보니 앞으로 다가올 낮선 2010년의 순간 순간들에 대한 기대감이 한 껏 더 부풀어 올랐다.

대성당 건물 안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별반 다른 것을 느끼지 못하였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Lima의 그것 처럼 Pizarro의 유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나 성화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평범함 현지인들이 아무거리낌없이 입장료 없이 들어와 관광객과 뒤섞여 기도하고 축복하는 모습이 다른 성당보다 오히려 더 성당다운 모습이었다.



해가 넘어가자 그 붉은 빛은 하늘을 물들이고 건물은 다시 식어 하얀 모습을 되찾으면서 아름다운 야경을 준비하였다. 마치 무대 뒤에서 얼굴을 깨끗이 씻고 무대 화장을 준비하는 연극배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