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 저 곳 식생이 자리잡지 못한 곳은 맨살을 보이고 있다. 검붉은 지표면이 바람 때문인지 아주 오래전 쓸려내려간 퇴적물 때문인지 물결을 친다. 주변에 살포시 쌓인 모래들이 참 곱다. 절벽에서 점점 떨어져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갈 수록 시간 개념이 점차 흐려져 난 누구 여긴 어디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미 예상했던 시간은 훨씬 넘어갔고 지도 상에서의 나의 위치는 놓친지 오래다. 그리고 주변 풍경은 마치 과거 어느 시점에 내가 던져진 것 같았다.
초조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하다가 정반대 쪽 또다른 절벽에 다다랐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Jökulsa a Fjöllum 강.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마주침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잠시 잊고 경치감상 ㅋ. 저 멀리 Vatnajökull에서 출발한 시커먼 물줄기가 저 아래 흐르고 있었다. 결코 맑다고 할 수 수 없지만 오래 숙성되서 진해지는 와인처럼 세월이 녹은 잿빛 물줄기리라. 사진으로는 깊이가 느껴지지 않아서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