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ökulsargljufur national park에는 다양한 하이킹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Tofugja로 향하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인지 아니면 가지고 있는 지도가 생각보다 신통치않아서 그런지 예상했던 것 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걸렸다. 혹시 방문 계획이 있으면 꼭 좋은 지도를 가져가는 것이 좋을 듯. 절벽아래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 내려다보니 제법 아찔하다. 거친 푸른 비단을 깔아놓은 듯한 모습에 마치 다리미로 깊은 주름을 잡아 놓은 것 처럼 등산로가 외로이 이끌고 있었다.
저 멀리 우리가 밤을 보냈던 캠핑장이 보인다. 절벽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숨막힐 듯 했다. 절벽을 따라서 계속되는 등산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갔다. 어제는 저 밑에 나있는 도로로 차를 타고 들어갔었는데. 시선의 높이에 따라 같은 곳이지만 달라지는 풍경의 모습이 눈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날씨가 좀 더 좋았으면 더 좋았을 걸. 어제 갑자기 눈을 가로 막던 "섬", Ejyan 역시 새롭게 다가왔다. 문득 떡시루에서 막 떠낸 팥떡이 생각났다.
절벽을 내려다본 풍경은 아찔하지만 그 반대쪽은 마주하는 낭떠러지를 전혀 상상하지 못할 만큼 편평하다. 어두운 잿빛의 지형에 이끼와 같은 앉은뱅이 식생들이 이 곳 저 곳 자리잡아 지루함을 덜어준다. 오히려 흐린 날씨 탓인지 더더욱 평범하지 않는 풍광을 그려낸다고 할까? 하늘을 덮고 있는 구름의 모습과 땅을 덮고 있는 바위들의 모습이 뭉글뭉글하게 서로 비슷하다. 이 높은 지역에도 빗물이 괴어서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작은 물길도 볼 수 있었다. 바위 밑으로 흘러들어가는 물길이 왠지모를 궁금함을 불러일으켜 다가가고 싶게 만들었다. 여기에는 뭐가 살고 있을까? 이 물길은 어떻게 저 밑의 너른 강으로 흘러들어갈까?
Asbyrgi canyon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호수. 어제 차를 타고 갔을 때는 전혀 몰랐는데, 위에서 보니 심연에 지구 반대편으로 나올 수 있는 입구가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