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대성당. 지난 번에 왔을 때는 성당의 거대한 얼굴을 한 카메라 앵글에 담아보려고 조금만 더 멀리 조금만 더 멀리 지하철 역 쪽으로 움직여서 겨우 찍었었는데 이번에는 왠 정체불명의 스탠드가 똭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애시당초 포기. 어제 잠시 들렀을 때는 입장시간이 지나서 인지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또는 여독을 달래볼겸 저 스탠드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이날은 이른 아침 오늘 가열차게 보고 말리라는 여행자들의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시간이 빠듯한 나와 내 아내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찬가지로 세느강까지 늘어선 줄 말미에 섰는데 다행히도 들어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요일이라 더욱 더 경건한 느낌이 그득한 성당 내부는 관광객들이 가득했지만 여기저기서 보이는 정숙 (심지어 한국어도 있다!) 표지 때문인지 더 보려는 자들의 호기심이 엄숙함에 잘 포개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어두운 경내를 조명 뿐만 아니라 신자들이 그들의 정성을 담아 그들의 소원을 태우며 켜 놓은 초들이 은은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훤한 그리고 시끄러운 밖과 완전히 다른 세계 였다.내 비록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내 뭔가 다른 세상에 온 것 마냥 마음도 자연스레 경건해졌다.
스테인드글라스 다른듯 같으며 같은듯 다른. 밝은 밖에서는 이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지만 어두운 실내에서만 보이는, 마치 고난을 통해서 더욱 도드라지는 역경을 헤쳐나가는 의지와 같다는 생각을 문득했다.
종교 행사가 곧 시작될 것 같았다. 많은 교인들이 이미 관광객들과는 분리되어 자리를 잡았고 왠지 우리는 이 분들께 폐를 기치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경내의 구석 구석 마다 이 대성당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려주는 전시물들이 있었는데 경내가 어둡기도 하고 잘 모르기도 해서 대부분 지나쳤다. 하지만 이 성당 안의 성스럽고 엄숙한 느낌은 그런 전시물 보다 또는 그 전시물을 설명하는 활자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와 마음속에 각인되었다. 이러한 느낌은 밖에서도 연장되어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말 그 분을 섬김에 있어서 한 곳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구나.
일요일 햇살이 눈부시다. 한 껏 게을러지고 싶기도 하고 한 껏 바지런해지고 싶은 그런 휴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