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대성당 건너의 생 제르맹 거리. 이 생 제르맹 거리는 프랑스의 많은 예술인들이 주로 활동했던 곳으로 유명하고, 더불어 그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식당이나 카페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다. 파리지앵이 된 마냥 아침을 즐기기 위해 거리 이 곳 저 곳 기웃거려보았지만 조금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문을 연 곳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차들은 이미 좁은 거리를 채우기 시작했고 이리 저리 바쁘게 가끔 날카로운 경적 소리를 울리면서 지나가는 이들은 괜시리 나의 마음을 바쁘게 만들었다. 그래 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것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여행자에게는 사치일지도 모르지.
그러다가 들어가서 먹은 브런치. 크로아상의 냄새가 좋다. 문득 7년전 처음 여행나와서 거리에서 사먹은 첫 끼니가 생각난다. 왜냐하면 7년전 바로 이곳이었거든. 해외에 처음 나와서 뭔가 시켜서 먹는다는게 어찌나 부담스럽던지......그래서 식당에 들어가서 뭘 주문할 엄두도 못내고 길거리 음식을 사먹었는데 그 때 먹었던게 케밥이었다. 고기 덩어리를 슥슥 칼로 긁어내어 얇은 빵에 야채와 함께 넣고 둘둘 말아 먹었던. 맛있다는 느낌 보다는 아 그래도 한 끼 때웠네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던. 그랬었는데 이제는 식당에서 별 불편함 없이 주문을 하고 심지어 탄산수(!)를 별 거부감 없이 마시고 있다. 성장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어색하고 변화라고 말하기에는 좀 부족하고. 적응이라고 해두자.
식사 후 세느 강변을 따라 걷다가 아내와 예전에 파리에 왔을 때의 기억들을 하나씩 나누다 보니 시장에 다다랐다. 일요일마다 열린다고 하는 시장. 뭐 특별할 것 없는 시장이지만 그 생동감이 좋았다. 누군가 그랬었지 여행을 가서 그 도시를 보고 싶으면 시장과 묘지를 꼭 가보라고.
그리고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근처에 판테옹이 있는 것을 기억해 내고 가보기로 했다. 두 번째 여행이다 보니 아무래도 자꾸 첫 번째 여행의 기억에 웃음짓게 되는데 그 때 룩상부르크 공원을 둘러본 뒤 이 근처에 테이피스트리 박물관에 들어갔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굳이 테이피스트리 좋아하지도 않는데, 시간도 없고 돈도 없는데 왜 갔을까 후회가 되지만 그 때는 그냥 모퉁이만 돌면 신기해서 정말 닥치고 들어가봤던 것 같다. 그러다가 정작 가보고 싶었던 판테옹에는 돈이 떨어져 못 같던 기억이 ㅋ. 푸코의 진자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판테옹이 공사중이라 푸코의 진자가 없다고 하여 역시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옛날에는 그 순간이 마지막인 것 처럼 그리고 다시는 파리에 오지 못할 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에이 뭐 또 오겠지라는 속 좋게 생각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 파리에서의 오래되지 않은 기억을 더듬으며 꽃보다 할배를 봤는데 신구 선생님이 이제 우리가 살아서 직접 보는 건 마지막이겠지라고 하는 장면을 보았다. 가슴이 먹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