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왔으니 에펠탑. 난 지난 번에 왔을 때 에펠탑에 올라가보긴 했는데 뭔가 일이나서 ㅋ 밤에 올라갔었고 아내는 파리에 일주일이나 머물렀음에도 올라가보지 못했다하여 여기만큼은 꼭 가보자하고 다짐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예상은 했지만 사람들이 꽤나 줄 서 있었고 잠시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으나 결국 표를 사기로 하고 줄을 섰다. 노트르담에서도 그랬지만 예상보다는 (아마 한시간 남짓?) 짧게 기다려 표를 사고 바로 입장하였다. 에펠탑을 올라가는 리프트는 세 개가 있다고 하는데 전세계에서 밀려드는 관광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있는지 중앙부분에 또다른 리프트를 설치하는 공사를 하는 듯했다.
리프트는 이층 구조로 되어있고 올라가면서 보이는 철골 구조와 리프트를 지탱하는 기울어진 주춧돌이 늠름하게 보인다. 지금이야 늠름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처음 이 에펠탑이 세워졌을 때는 파리의 흉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하긴 이렇게 가까이서 보면 철제빔들 얼기설기 엮어놓은 것과 진배없으니. 언제부터 파리 사람들은 이 에펠탑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일단 2층까지는 경사가 기울어진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고 그 위로는 다시 리프트를 환승하는데 다른 리프트를 타고 온 사람들까지 여기서 한데 뒤엉키게 되어 아주 복잡하다. 문득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광고가 급관심을 끌었다. 여기 소매치기들은 입장료라는 초기자본을 투자하여 나름 사업을 벌이는 구나. 덕분에 괜히 밀려드는 사람들 덕분에 날카로워진 정신이 더 예민해지는 것 같았다. 밖의 경치 역시 아무래도 다른데 신경을 더 쓰다보니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대신 고개를 들어 까마득한 에펠탑의 높이를 가늠해보았다. 상승감이 지나치다 못해 비현실적이다.
3층에 올라가고 나서야 갑자기 시야에 들어오는 넓은 공간 덕분에 안도감이 들었다. 위에서 바라본 파리의 모습 그리고 지난 번에 왔을 때의 파리의 모습이 일부는 겹쳐지고 일부는 덧씌워져 예전을 추억하고 지금을 즐길 수 있었다. 그 때는 친구와 왔는데 이번에는 아내와 왔구나. 지난 번에 나 혼자 다녀왔던 라데팡스는 저기 그대로 있고 이번에 여행을 시작했던 개선문에서 뻣어나간 길들은 그 끝을 알 수가 없구나. 그 때 그 마레 지구에서 느꼈던 아기자기함 그리고 골목 골목에서 샘솟았던 예술적인 감각들은 새로이 시작된 공사의 소음에 묻히고 퐁피듀 센터 앞 여기저기 버려져 굴러다니던 쓰레기에 덮여버린 것만 같았는데 다른 곳 들은 어떨까?
2층에서 올라봤을 때와는 정반대의 아찔함이 느껴진다. 아주 이 사진 찍을 때 후덜덜했다. 그런 내가 한심했는지 아내가 대신 찍어주었다.
파리. 처음 왔을 때의 설레임은 덜했지만 다시 왔을 때는 그 때의 좋은 기억들이 추억이란 이름으로 자리잡아 오래된 책장에 꽂아놓았던 소설을 오랜만에 꺼내 읽는 기분이어서 좋았다. 사실 파리에서의 여행은 따로 기록하지 않을까도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짧게나마 정리해 두니 좀 더 좋은 앨범에 추억들을 정리한 것 같아 흐뭇하다. 때마침 꽃보다 할배에서 파리 여행을 보여줘서 마음이 동하기도 했고. 여튼 짧았던 파리 방문을 뒤로 하고 이제 크로아티아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