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배가 없을까 하는 마음에 조금 이른 시간에, 아침도 먹기 전에 항구로 나가 보았다. 이 곳 Split는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답게 특히 내륙에 있는 수도 Zagreb가 가지지 못한 수상 교통의 중심지였는데 이 곳에서는 주변에 관광으로 유명한 섬들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은 Hvar라는 섬인데 이 섬은 크로아티아에서도 유명한 파티 섬으로 브래드 피트가 매년 휴양하러 온다나 어쩐다나. 우리는 이 Hvar라는 섬대신 Zlanti rat이라는 해변으로 유명한 Brac이라는 섬을 택했다. Zlanti rat은 크로아티아의 가장 유명한 해변가인데 바다를 향해 삐죽이 튀어나온 해안선이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는 파티피플과는 거리가 멀어서 Brac으로 향하는 표를 샀다. Brac과 Hvar로 가는 표는 항구 입구에 따로 나와있는 간이 매표소에서도 살 수 있도록 해 놓았는데 사람이 제법 있어 이거 표 못구하는 거 아닌가 내심 걱정도 되었는데 다행히 배가 생각보다는 자주 있었다. (거의 1시간에서 2시간 간격이었는데 매표소나 인터넷으로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은 두 사람 차 한대 왕복으로 420Kuna 정도)
크로아티아에서 제일 큰 항구 답게 여객선이 아닌 다른 배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방파제를 따라 늘어선 야자수들이 이 곳이 얼마나 날씨가 따뜻한지 대신 말해준다. 이렇게 차와 함께 여객선을 타는게 아이슬란드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우중충했던 아이슬란드 때와 달리 날씨가 화창하여 왠지 기대되었다. 하늘 빛도 바다물빛도 한껏 푸르러 기대를 더 부풀게 하였다.
우리가 탈 배가 큰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 배에 타기 전 유도하는대로 차를 주차해 놓았다가 신호를 하면 타면된다. 문제는 신호 전 대기하는 동안 뱃사람들이 다가와 창문을 물어보지도 않고 닦아주고 나중에 돈을 요구하는 것이 었다. 크로아티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기분이 나빴던 순간이었지만 그냥 웃어넘기기로 했다. 여튼 예상치 못했던 추가지출 발생.
배는 떠나고 Split가 멀어진다. 어제 저녁 우리가 누볐던 궁전이 아스라이 사라져간다. 대신 구도심이 담지 못했던 현재의 Split가 마치 날개를 펼치듯 우리에게 그 모습을 보여준다. 궁전의 붉은 빛이 바래버린 신도심은 잿빛으로 가득했지만 그러한 도시 조차도 아드리아해에 내리쬐는 남부유럽의 햇살을 받아 환하게 느껴졌다.
배 위의 사람들은 한껏 햇살을 즐기고 바다는 참 좋기만 했다. 즐거워 보인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배를 타고 Brac섬에 다다랐다. Brac의 관문 Supetar는 여느 크로아티아 도시들과 비슷하게 붉은 지붕이 선명한 도시였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섬 반대쪽에 있으므로 과감히 지나쳐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