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5년전 대학교 1학년 때 이곳저곳 영화관을 기웃기웃거릴 때 아모레스 페로스란 영화가 있었다. 노랗게 물들인 짧은 스포츠 머리의 주인공이 투견을 끼고 어딘가를 응시하는 포스터의 느낌이 아주 강렬한 느낌의 영화였는데 (너무 강렬한 나머지 왠지 모르게 비호감이라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그 영화의 감독이 어느세 멕시코의 떠오르른 스타 감독 3명 중의 한 명이 되어 이번에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그래서 그 영화 버드맨을 이번에 챙겨보았다.
대략 25년전 초등학교 3학년 때 뭔가 영웅이란 멋있는 것이라는 걸 제대로 느낄 때 쯤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이 개봉했다. 그 영화의 주인공이 었던 마이클 키튼은 뭔가 우락부락한 근육질이 아닌 그냥 평범한 일반인 같다라는 생각을 어린 마음에도 했었던 것 같다. (너무 일반인 같았던 나머지 굳이 영화를 보고 싶지 않아 역시 보지는 않았다. 파인애플 맛 배트맨 아이스크림이 맛이 없기도 했고). 그 일반인 같던 마이클 키튼이 이제는 진짜로 나이가 든 일반인이 되어 쇠락한 자신의 모습을 연기해서 여기저기서 극찬을 받았다. 그래서 더더욱 버드맨을 챙겨보았다.
영화 극 초반에 의미없는 정말 의미없는 김치 논쟁에 매몰되기에는 정말 인상 깊은 영화였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테이크를 따라 무너질 듯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주인공의 정신상태가 과연 언제 어떻게 붕괴될 것인가 조마조마하게 영화를 쫓아가다 보면 주인공처럼 뭐가 현실이고 뭐가 상상인지 한 데 뒤섞여버리고 결국 절정에서 그 뒤섞임이 발화하는 순간 이쯤 되면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화려했던 지난날의 꿈을 찾아 다시 한 번 영웅이 되려고 하는 주인공의 고군 분투가 알쏭달쏭한 딸의 웃음으로 결론 지어질 때 결국 당신은 당신만의 버드맨이 되어 하늘을 날아 오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번 시즌 부터 보기 시작한 브로드웨이 쇼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무대 뒤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엿볼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이 영화가 주는 놓칠 수 없는 재미다. 이 영화의 주요 무대인 St. James theater에 굳이 가보고 싶어져서 이렇게 사진을 찍어 놓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곳에서하는 연극이나 뮤지컬도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