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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대전과학고등학교 소식지_맺음글


새해가 시작될 즈음에 고등학교 은사님께 대전과학고등학교 소식지에 들어갈 글을 써줄 수 없겠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한창 졸업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고 랩 이사 때문에도 정신이 없어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부랴부랴 쓰긴 했는데, 형편없는 글 일지라도 내가 쓴 글이라  기록에 남기고 싶어서 여기 전문을 올린다. 학교에서 바란 건 한 단락이었는데 어떻게 써야할 지 못하서 (물론 알아서 편집하시는 부탁과 함께) 제법 장문을 써서 보내드렸고 결과는 보시는데로. 글 형식에 대해서 잘 알려주지 않아 괜히 수고를 하시게 된 것 같아 미안하다는 연락과 함께 나름대로 깔끔하게 잘라주셔서,  좋은 추억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기도 한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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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존경하는 후배, 학부모님 그리고 동문 여러분. 저는 Johns Hopkins University, Department of Biomedical Engineering의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대전과학고등학교 15기 박진석입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이렇게 소식지에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보내는 것은 영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운 일이지만 영재학교로의 새로운 변화를 앞둔 대전과학고등학교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우리는 다양한 변화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제 꽉 채운 30년이 되는 대전과학고등학교 역시 크고 작은 변화 속에서 선배들의, 그리고 다시 후배들의 배움터 아니 그 이상으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영재학교로의 또 다른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새로운 환경들과 새롭게 펼쳐질 기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변화들이 녹록하지만은 않을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환경들은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요. 또 새로운 기회들은 우리에게 예상하지 못한 시련을 줄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도 이런 변화들 속에서 때로는 부러지면서 때로는 극복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경한 미국에서의 생활, 익숙치 않은 언어, 낯선 하루하루들은 결코 웃으며 추억만하기에는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도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닥친 변화를 피하기 보다는 매 순간순간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하다보니 많이 부족할지언정 조금씩 달라져가는 저 자신을 발견하는 보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느 새 다른 나라 친구들과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도 제법 열띠게 연구 토론에 참여하기도 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스스로 질문해보고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해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 책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세계 여러곳을 여행하며 잠시나마 무료해질 수 있는 생활에 일부러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간혹 후배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길 때면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떠올리곤 합니다. 사실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물어본다면 (어찌보면 당연하게)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능동적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닥쳐올 때마다 몸을 웅크리고 피하기만 한다면 무언가 배울 기회도 발전할 기회도 상실하는게 아닐까요? 이러한 변화에 잘못 대처해 실패하는 것은 뼈아픈 것이고 그로 인해 뒤따르는 책임도 고통스러울 것 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변화는 우리를 기다리지 않고 다시 또 다시 우리에세 움직이기를 요구하겠지요. 그리고 만약 우리가 무언가 배워왔다면 그래서 정체되지 않았다면 조금 더 유연하게 새로운 변화들을 맞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알 속에서 부화를 기다리는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오는 것은 힘든 일 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학업 성적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갑자기 좋아하는 이성 친구가 생길 수도 있고 갑자기 자신의 진로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인지 조차 모르는게 사실 우리들입니다. 마치 알을 깨고 나와 사지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병아리처럼요. 다행히 여러분들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같이 방을 쓰는 친구들, 그리고 훌륭하신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불꺼진 방에서 사감 선생님 몰래 나누는 이야기들 그것이 시시한 연애이야기 일지라도 그 안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겠지요.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게 있으면 친구들 또는 선생님들께 물어보고 새로이 배우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예가 되겠네요. 더불어 후배분들에게는 너무나도 훌륭한 선배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과 비슷한 변화에 처했었던 가까운 직속 선배, 방 선배 그리고 동아리 선배 뿐만 아니라 이공계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분야에 이미 자리를 잡은 선배들이 있습니다. 선배들은 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준비했는지 자신만의 정답을 기꺼이 이야기 해 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답에 도달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두꺼운 오답 노트 역시 기꺼이 내 줄 것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변화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 주변에는 이 변화를 함께 맞이하는 친구들, 선생님들, 부모님 그리고 선배들이 있습니다. 저는 후배들이 스스로 이 변화에 대처하는 정답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힘들 때 주변을 둘러보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길 바랍니다. 이 글을 써는 저도 다시 한 번 변화에 앞서 담대해 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네요. 다가 올 새해 영재학교 전환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2014년 모두들 건승하시길 소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대전과학고등학교 15기 박진석